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CNS 질환 대부분은 병인이 명확하지 않고 연구개발(R&D) 난도가 높은만큼, 기업들은 외부 기관과의 협력 전략에 집중하는 분위기다. 효과적인 치료제가 드문 시장에서 국산 블록버스터가 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22일 제약바이오 업계에 따르면 최근 SK바이오팜과 삼진제약 등이 CNS 신약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중추신경계는 뇌와 척수를 아우르는 기관으로 문제가 생기면 운동 능력 상실과 정신 장애 등 복합적인 증상이 나타나 국가적 질병 부담이 크다. 한국을 비롯해 초고령 사회에 접어드는 선진국을 중심으로 환자가 증가해 신약에 대한 요구가 높다. 하지만 치매, 파킨슨병, 뇌전증 등 대다수 질환은 증상을 완화하는 수준의 치료제만 상용화해 미충족 수요가 상당한 실정이다.
국내 CNS 분야 선두 주자로 꼽히는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신약 ‘엑스코프리’ 이후 두 번째 성과 도출을 준비하고 있다. 서울바이오허브와 협력해 오픈 이노베이션 프로그램을 출범하고 최근 CNS 분야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했다. 노보렉스와 쓰리브룩스테라퓨틱 등 2개 기업이 1년간 SK바이오팜으로부터 글로벌 임상 설계 및 연구 자문을 받게 됐다.
노보렉스는 인공지능(AI) 기반 구조 분석 기술을 활용해 파킨슨병의 주요 타깃인 ‘LRRK2’ 저해제를 개발 중이다. 쓰리브룩스테라퓨틱스는 자가포식 활성화 기전을 활용해 세포 내 노폐물을 제거하는 알츠하이머 등 퇴행성 뇌 질환 치료제를 연구한다. SK바이오팜이 신경면역(Neuro-Immune) 및 뇌 환경 개선 기술을 전략 육성 분야로 낙점한 만큼, 향후 바이오 스타트업들과 추가적인 실무 협업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삼진제약은 의료기관과 공동 연구를 추진한다. 최근 이대서울병원과 후보물질 발굴을 위한 연구와 향후 국책사업 도전까지 모색하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삼진제약은 항체 발굴 및 엔지니어링, 후보물질 최적화 등 신약 개발 초기 단계 연구를 수행하고, 이대서울병원은 임상 경험을 바탕으로 질환 및 병태생리와 임상적 유효성에 대한 검증과 자문을 도울 예정이다.
삼진제약과 이대서울병원은 앞으로 구제적인 사업 개발 단계까지 성과를 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동 연구 수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지식재산권(IP)의 귀속, 역할 범위, 비용 분담 및 사업화 구조 등은 향후 별도의 합의와 계약을 통해 구체화하기로 했다. 삼진제약은 신약 개발 회사로 체질 개선을 선언하고 지난 약 3년 동안 연구센터를 중심으로 R&D에 집중 투자하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IQVIA)에 따르면 전 세계 CNS 시장은 2029년 약 1850억달러(약 272조98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일라이 릴리, 애브비 등 글로벌 빅파마들 역시 CNS 신약 파이프라인에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리고 있다. 릴리는 알츠하이머 치료제 ‘키썬라’를 개발했으며, 애브비는 세러벨 테라퓨틱스와 알리아다 테라퓨틱스 등 CNS 치료제 개발 전문 바이오텍을 인수한 바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신약개발 경험이 비교적 부족한 만큼, 공동 연구와 라이선스 거래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제약바이오 업계 한 전문가는 “그간 국내 기업들의 CNS 분야 사업은 제네릭의약품이나 해외 빅파마가 개발한 치료제를 한국에 들여와 판매하는 형태가 주를 이뤘다”라며 “산·학·연 공동으로 후보 물질을 발굴하고 글로벌 기업과 파트너십을 체결해 연구와 상업화를 진행하는 것이 적합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