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산지역 정가에 이례적인 파문이 번지고 있다. 거대 양당 구도 속에서 존재감이 미미하던 제3지대가, ‘숫자’ 하나로 전략적 균열을 만들고 있다는 평가다. 개혁신당 부산시장 예비후보 정이한의 8쪽짜리 공보물이 그 변화의 출발점이다.
그가 전면에 내세운 건 거창한 비전이 아니라 '79만1577원'이다.
부산 직장인이 서울 대비 매달 덜 받는 임금 격차를 수치로 특정했다. 추상적 구호 대신, 생활의 손실을 계량화 해 제시한 셈이다.
정 후보는 이를 "연간 1000만 원에 가까운 기회의 차이"로 규정했다.
단순한 소득 문제가 아니라, 적금·결혼·주거를 포기하게 만드는 구조적 격차라는 진단이다. "사는 곳이 꿈의 크기를 제한해선 안 된다"는 문장은, '탈부산'을 고민하는 청년층의 정서를 직접 겨냥한다.
정치권은 이 지점을 주목한다. 기존 선거 담론이 개발·공약 중심이었다면, 이번 메시지는 '지갑'과 '자존감'을 동시에 건드린다는 점에서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특히 30대를 중심으로 한 반응이 빠르게 확산되는 배경으로도 읽힌다.
정 후보의 행보 역시 상징적이다. 전통시장, 산복도로, 골목 현장을 누비며 ‘낮은 정치’를 강조한다.
공보물에는 어르신의 짐을 함께 드는 장면, 상인들과 고개를 맞대는 장면이 반복된다. 보여주기식 연출을 넘어, 권위적 정치 문법과의 결별을 시도하고 있다는 해석이다.
그는 “비겁한 위로 대신 불편한 현실을 말하겠다”고 했다. “부산은 괜찮지 않다”는 직설은, 기존 정치권이 회피해온 진단이다. 화려한 도시 이미지 뒤에 가려진 소득·기회 격차를 정면으로 끄집어냈다는 점에서, 메시지의 파괴력은 단순한 신인 효과를 넘어선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력도 무게를 더한다. 국무총리비서실 민정실 사무관, 국회 선임비서관을 거친 정책형 인물이다. 현재 개혁신당 부산시당위원장 직무대행과 중앙당 대변인을 맡고 있다. 중앙 경험을 지역 재설계로 연결하겠다는 구상이다.
현장의 반응은 분명히 갈린다. 한 청년 유권자는 “정치가 처음으로 내 통장 이야기를 한다는 느낌”이라고 했고, 다른 유권자는 “현실 진단은 맞지만 해법은 더 검증이 필요하다. 대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치적 함의는 명확하다. 거대 양당의 프레임이 ‘누가 더 잘하느냐’의 경쟁이라면, 정이한의 메시지는 ‘지금 구조가 맞느냐’는 질문이다. 이 질문이 확산될 경우, 선거의 축 자체가 이동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부산시장 선거는 여전히 양강 구도가 견고하다. 그러나 균열은 언제나 작은 지점에서 시작된다. '79만1577원'이라는 구체적 숫자가 던진 질문이, 이번 선거에서 어디까지 파고들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