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커도 부담금은 정액…기업의 합법적 '면죄부'
노동부 "부담금 개편 검토·기여 인정 연구 중"

장애인 고용 확대를 위한 의무고용제도가 급변하는 산업 구조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대기업들이 고용 대신 연간 수천억 원대의 '이행강제금(고용부담금)' 납부를 택하는 기형적 구조가 고착화하고 있다. 첨단산업 위주로 재편된 노동 시장의 '직무 미스매치'와 기업 규모를 고려하지 않은 구시대적 '정액제 고용부담금'이 맞물린 결과라는 지적이다.
19일 고용노동부와 한국장애인고용공단에 따르면 상시근로자 100인 이상 민간기업을 대상으로 한 장애인 의무고용률 미달 기업들의 고용부담금 납부 규모는 매년 수천억원에 이른다. 현재 공공부문 장애인 의무고용률은 3.8%, 민간 부문은 3.1%다. 특히 지난해 장애인 고용부담금은 8862억원으로 장애인 의무고용률이 상향된 2022년(7637억원)보다 1225억원 늘었다.
장애인 고용부담금이 급증하는 배경에는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 시장의 트렌드가 자리 잡고 있다. 기업의 달라진 채용 방식과 장애인 구직자의 직무 역량 사이에 발생하는 괴리가 주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과거 대규모 공개채용 시절과 달리 최근 기업들은 경영 효율화를 앞세워 필수 기술 인력만 직접 고용하고 단순 업무는 외부로 돌리는 '외주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기업이 장애인을 직접 고용하려면 인공지능(AI), 소프트웨어 개발 등 고도의 전문성을 요구하는 직무에 배치해야 하지만 해당 분야의 실무 능력을 갖춘 인력을 찾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장애인 구직자에게는 첨단산업 직군의 엄격한 자격 요건이 넘기 힘든 ‘취업 허들’로 작용하고 있고 기업은 의무고용률을 채우고 싶어도 인재풀 자체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는 반도체 등 첨단산업을 영위하는 대기업의 장애인 고용률에 잘 드러난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이학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장애인고용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상시근로자가 가장 많은 20개 민간 기업 중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우리은행 등 13곳의 장애인 고용률이 법정 의무고용률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별로 고용부담금의 경우 적게는 40억원에서 많게는 241억원을 냈다.
장애인을 채용하지 않는 대신 내는 고용부담금 제도의 구조적 결함도 문제다. 현행 부담금은 기업 규모나 매출액과 무관하게 최저임금에 연동(60% 이상)된 정액 기준을 따른다. 대기업이나 외국계 기업 입장에서는 장애인 맞춤형 시설 투자와 관리 인력을 배치하는 비용보다 매년 부과되는 이행강제금을 일시불로 납부하는 것이 재무적으로 훨씬 이익이다. 이행강제금이 고용을 유인하는 촉매제가 아니라 고용 의무를 합법적으로 회피할 수 있는 일종의 ‘면죄부’로 전락한 셈이다.
노동부는 제도 손질에 나설 방침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최저임금에 연동된 현행 부담금 제도를 어떻게 개편할지 내부적으로 다각적인 검토를 진행 중”이라며 “방향이 확정되면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직접 고용 외에 기업의 간접적인 기여도를 고용 실적으로 인정해 주는 ‘기여 제도’에 대해서도 올해 연구 용역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