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 너머] 김 대신 K라이프스타일 챙기는 외국인 관광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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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의 양손에는 대형 면세점 로고가 선명한 쇼핑백이 들려 있는 경우가 많았다. 김 상자를 짊어진 일본 관광객이 한국 관광의 대표 이지미와 같았다.

하지만 최근 성수동이나 홍대 앞 거리에서 마주치는 외국인들의 장바구니는 사뭇 다르다. K뷰티 팝업스토어의 한정판 화장품과 국내 신진 디자이너의 의류, 동네 유명 베이커리의 디저트를 소비하고 짊어지고 본국으로 넘어간다. 그들의 소비는 전형적인 '관광 기념품'을 넘어 한국 내국인들의 '일상'을 향하고 있다.

이러한 체감 변화는 최근 발표된 '2025년 서울관광 실태조사' 숫자로 증명됐다. 지난해 서울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들은 평균 6일을 머물렀고, 1인당 281만8000원을 썼다. 특히 핵심인 쇼핑 지출액은 1인당 평균 81만3000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오세훈 서울시장이 내건 '3377 관광시대(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1인당 지출액 300만원, 체류기간 7일, 재방문율 70%)' 비전에 한 걸음 더 바짝 다가선 모양새다.

화수분 같은 K콘텐츠가 쏟아지면서 향후 전망도 밝다. 최근 서울을 들썩이게 한 방탄소년단(BTS)의 서울 컴백 공연이 대표적인 예다. 전 세계에서 날아온 팬들은 단순히 하루짜리 공연만 보고 돌아가지 않는다. 일주일 전부터 서울에 머물며 성수동의 트렌디한 카페를 찾고, 강남과 홍대의 미식과 패션을 직접 소비한다. 특히 미주와 유럽 등 비행시간이 긴 원거리 국가에서 온 관광객일수록 체류 기간은 길어지고 지출 규모는 커진다. 공연을 마중물로 도심 골목상권 구석구석에 막대한 낙수 효과를 일으키는 이른바 '체류형 경제 관광'의 선순환이다.

관광 동선의 변화도 이를 뒷받침한다. 과거 명동과 고궁 일대에만 머물던 발걸음은 이제 성수, 홍대, 강남 등 내국인들의 최신 소비 상권으로 빠르게 이동했다. K콘텐츠 열풍이 단순한 문화 향유를 넘어, 한국의 삶 자체를 경험하고 싶어 하는 실질적인 경제 활동으로 진화한 것이다.

외국인 관광객 1300만 시대가 열렸다. 이제는 방문객 숫자라는 1차원적 성적표에만 안주할 때가 아니다. 글로벌 팬덤을 이끄는 K팝 이벤트와 도심의 매력적인 소비 인프라를 어떻게 하나의 지속 가능한 생태계로 엮어낼지 서울시와 정부가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관광 한국, 관광 서울의 새 지향점은 이 지점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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