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유가 대응 나섰다…석유업계에 증산 요청 [美 전시경제 시동 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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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일 주요 석유기업 CEO와 전화회의
미국 석유 수출 사상 최대⋯공급 차질 우려 여전
기업, 가격 변동성 이유로 증산 소극적

▲미국 텍사스주 미들랜드에서 석유 펌프 잭과 시추 장비가 보인다. (미들랜드(미국)/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급등하는 유가를 잡기 위해 주요 석유 기업들을 직접 불러 증산을 요청하며 시장 개입에 나섰다. 이란과의 전쟁으로 글로벌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리는 가운데 백악관이 민간 기업에 생산 확대를 압박하는 모습은 ‘전시 경제적 대응’의 초기 신호로 해석된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15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크리스 라이트 미국 에너지부 장관과 더그 버검 내무부 장관이 16일 엑손모빌, 셰브런, 콘티넨털리소시스 등 미국 주요 석유·가스 기업 최고경영자(CEO)들과 전화 회의를 열고 유가 인하를 위해 시추를 확대할 것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중동의 불안한 상황에 아시아와 유럽 국가들이 대체 공급원을 찾으면서 미국의 원유와 석유 제품 수출량은 이달 둘째 주 하루 1270만 배럴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원유 수출은 하루 520만 배럴로 2023년 기록했던 역대 최대치 560만 배럴에 근접했다. 이렇게 미국의 수출이 급증하고 있지만 유가 불안정이 좀처럼 끝나지 않자 트럼프 행정부가 추가 증산 필요성을 강조하고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일부 국가에서는 연료 부족 현상이 현실화하고 있다. 미국 내 휘발유 가격 역시 1년 전보다 갤런당 약 1달러 상승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율을 끌어내리고 공화당의 중간선거 전망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증산 카드가 시장에서 작동할지는 미지수다. 트럼프 행정부의 증산 요청에도 불구하고 기업들은 가격 변동성을 이유로 신중한 입장을 고수해왔다. 전쟁으로 인한 시장 혼란은 수익성이 불확실한 신규 유정 투자에 대한 부담을 키우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 본인이 “이 사태(이란전)가 끝나면 유가가 매우 급격하게 떨어질 것”이라고 언급한 점도 업계에서는 시추 확대를 설득하기 어려운 신호로 받아들여진다는 평가다.

문제는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압박하기 위해 이란 항구에 대한 해상 봉쇄 조치를 시행했는데, 이는 공급 불안을 더욱 키워 유가 상승 압력을 자극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과 국제기구들도 경고음을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 국제통화기금(IMF)과 세계은행 연례 춘계 회의에서 “에너지 가격과 공급 위기가 앞으로 수 주 동안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IMF는 에너지 위기 영향을 반영해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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