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은 '급감' 아시아는 '활기'⋯K건설, 수주 지도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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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전쟁 여파에 사우디 등 '수주 절벽'
베트남·필리핀은 인프라 개발 덕에 폭증

▲지역별 수주 실적 (출처: 해외건설협회(Gemini로 이미지 생성, 이난희 기자 @nancho0907))

중동 지역의 정세 불안이 이어지면서 국내 건설사들의 '수주 텃밭'이던 중동 시장이 사실상 '수주 절벽' 수준으로 위축됐다. 반면 베트남과 필리핀을 필두로 한 아시아 시장은 기록적인 성장세를 보이며 중동의 빈자리를 메우는 '구원 투수'로 부상하고 있다.

15일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부터 3월 31일까지 국내 건설사의 중동 수주액은 3억 1622만 달러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49억 5893만 달러) 대비 약 94% 급감한 수치다. 특히 중동 수주의 핵심축이었던 사우디아라비아의 부진이 뼈아프다. 사우디 수주액은 전년 동기 약 26억 3807만 달러에서 올해 5110만 달러로 쪼그라들며 전년 대비 2% 수준에 그쳤다. 전쟁 장기화에 따른 발주 지연과 정세 불안이 최대 시장을 마비시킨 결과로 풀이된다.

중동이 무너진 자리를 채운 것은 아시아였다. 아시아 지역 수주액은 6억 9088만 달러를 기록하며 전 지역 중 유일하게 전년 대비 실적(105%)이 상승했다. 베트남은 수주액이 약 3억 3410만 달러로 전년 대비 486% 폭증하며 핵심 시장으로 부상했다. 이는 베트남 정부의 제8차 국가전력개발계획(PDP8)에 따른 에너지 인프라 확충과 글로벌 공급망 재편으로 인한 산업단지 건설 수요가 맞물린 결과다.

필리핀 역시 마르코스 정부의 대규모 인프라 정책인 'Build Better More(BBM)'에 힘입어 무려 2563% 성장한 약 1억 5244만 달러를 기록하며 가장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특히 우리 정부의 대외경제협력기금(EDCF) 등 공적개발원조(ODA)와 연계된 도로·교량 사업에 우리 기업들이 참여하며 실적을 견인했다.

향후 중동 시장에 대한 전망은 엇갈리지만, 종전 후 '재건 사업'에 대한 기대감은 높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동은 본래 발주가 지속적으로 늘어나던 성장 추세였으나 전쟁이라는 돌발 변수로 잠시 주춤한 상태"라며 "전쟁이 종료되면 정체됐던 물량이 쏟아지는 것은 물론 파괴된 기반 시설을 복구하는 재건 사업이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특히 현대건설과 대우건설처럼 현지 경험이 풍부하고 플랜트 조직을 유지해온 기업들이 재건 사업의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다만 중국 건설사들의 추격은 경계해야 할 요소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국내 주택 시장의 돌파구가 보이지 않아 모두가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지만, 정세 불안이라는 암초를 만난 격"이라며 "중동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사이 중국 건설사들이 점유율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는 점도 위협 요인으로 꼽힌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조정기를 어떻게 버티고 준비하느냐에 따라 향후 K-건설의 글로벌 주도권 향방이 결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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