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노동 규제 부담 최고 수준…정책 체감도는 ‘영향 없음’ 절반

국내 제조기업이 체감하는 경영 환경이 관세 협상 등 정책 변수보다 ‘불확실성’과 ‘규제’에 더 크게 좌우되고 있다. 통상 리스크와 국내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기업들은 투자 확대보다 리스크 관리에 집중하는 흐름으로 전환하고 있다.
14일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이 발표한 ‘경제 환경 불확실성에 대한 기업 인식 설문조사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제조기업들은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평균 1.79%로 예상하면서도 이에 대한 불확실성은 표준편차 기준 0.53%포인트(p) 수준으로 인식하고 있다. 이는 대내외 여건에 따라 GDP 성장률 전망치가 0.53%p 높거나 낮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문제는 기업 활동에 가까워질수록 불확실성이 급격히 커진다는 점이다. 매출 성장률 불확실성은 2.13%p, 수출은 3.18%p로 GDP보다 각각 네 배, 여섯 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매출 성장률과 수출이 제시된 숫자만큼 낮게 실현돼 감소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기업들이 거시경제 전망보다 실제 영업과 직결된 영역에서 리스크를 더 크게 느끼고 있음을 의미한다. 특히 수출기업일수록 이러한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기업들의 전략도 변화하고 있다. 불확실성을 크게 인식할수록 수출 전략은 조정하는 반면, 해외 생산 투자 등 구조적 투자에서는 ‘현상 유지’를 선택하는 경향이 확인됐다. 공격적인 확장 대신 리스크를 최소화하는 ‘버티기 경영’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통상 정책에 대한 체감도 역시 낮다. 한미 관세 협상 결과가 경영에 미칠 영향에 대해 기업의 절반 이상인 50.4%는 ‘영향 없음’으로 평가했다. 긍정 평가는 19.8%에 그쳤고 부정 평가는 29.8%로 나타났다. 관세 완화나 협상 성과보다 불확실성 자체가 더 큰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여기에 국내 규제 부담이 겹치면서 기업들의 체감 압박은 더욱 커지고 있다. 같은날 발표한 한국경영자총협회의 ‘2026년 기업규제 전망조사’에서 기업들이 올해 가장 큰 부담으로 꼽은 규제는 ‘중대재해 처벌 등 안전 규제’로 49.9%에 달했다. 이어 근로시간 규제 25.0%, 탄소중립 등 환경 규제 15.5% 순이었다.
규제와 불확실성이 동시에 작용하면서 기업 심리는 위축되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관세 협상이나 규제 완화 정책이 이어지고 있지만 현장 체감은 크지 않다며 기업 입장에서는 성장률보다 예측 가능성과 리스크 관리가 더 중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정책과 현장 사이 괴리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불확실성이 높은 상황에서 단순한 규제 완화나 통상 성과만으로는 기업의 투자 심리를 되살리기 어렵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기업 유형별로 다른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이재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수출기업은 불확실성을 크게 인식할수록 실제로 교역 중인 핵심 시장과 직결되는 통상 정책을, 내수기업은 한국 경제 환경 인식에 따라 선호가 다르므로 정부는 기업군별로 차별화된 정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재현 경총 규제개혁팀장은 “인공지능전환(AX)시대, 각국이 AI·반도체·로봇 등 첨단산업 지원 총력전에 나선 상황에서 ‘제2의 엔비디아’ 같은 글로벌 혁신 기업을 배출하려면 정부의 압도적인 마중물 지원과 과감한 규제 혁파로 기업의 성장 사다리를 복원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