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조달 66.1·자재수급 79.6⋯사업여건 전방위 악화

중동 전쟁 장기화에 따른 고유가·고금리 부담과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주택사업 경기가 한 달 새 급랭했다.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미분양 누적과 수요 부진이 겹치며 사업자들의 심리가 크게 위축되는 모습이다.
14일 주택산업연구원이 주택사업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4월 주택사업경기 전망지수는 63.7로 집계됐다. 전월보다 25.3포인트(p) 하락한 수치다. 수도권은 78.2로 16.7p 내렸고 비수도권은 60.6으로 27.1p 떨어졌다.
수도권에서는 경기 하락 폭이 가장 컸다. 경기 지수는 100.0에서 76.9로 23.1p 내렸다. 인천은 84.8에서 70.0으로 14.8p 하락했다. 서울도 100.0에서 87.8로 12.2p 떨어졌다.
비수도권 부진은 더 가팔랐다. 광역시는 95.9에서 62.6으로 33.3p 하락했고 도 지역은 81.5에서 59.1로 22.4p 내렸다. 광역시 가운데서는 울산이 100.0에서 58.8로 41.2p 떨어져 낙폭이 가장 컸다. 대전은 100.0에서 61.1로 38.9p 하락했다. 부산은 95.0에서 60.0으로 35.0p 내렸다. 세종은 107.1에서 75.0으로 32.1p 하락했다. 광주는 80.9에서 52.9로 28.0p 떨어졌다. 대구는 92.3에서 68.1로 24.2p 내렸다.
이지현 주산연 부연구위원은 “전쟁에 따른 급격한 원가 상승과 금리 및 자금조달 부담 확대, 정책 불확실성, 지방 미분양 누적 등이 한꺼번에 반영된 결과”라고 진단했다.
주산연은 중동 전쟁 여파에 따른 대외 불확실성과 경기 둔화 우려, 유가 상승에 따른 건설원가 부담, 금리 상승에 따른 수요 위축 등이 지수 하락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정부의 보유세 강화 대책 예고도 매수심리 위축 요인으로 지목됐다.
지방 시장의 체감 악화는 더 뚜렷했다. 주산연은 지방 주택시장이 수도권보다 수요 기반이 취약한 만큼 지수 하락 폭도 더 크게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특히 세종과 대전, 울산은 그동안 행정수도와 조선업 회복 등 지역 이슈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높은 전망지수를 보였지만 이번에는 기저효과와 전반적인 시장 침체 우려가 겹치며 낙폭이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지방을 중심으로 쌓인 미분양 부담도 심리 위축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월 기준 준공 후 미분양은 3만 가구를 넘어섰다. 이 가운데 약 86%가 지방에 집중됐다. 미분양 누적에 따른 자금 회수 지연과 사업성 저하 우려가 지방 사업자들의 전망을 더 어둡게 만든 셈이다.
이 연구위원은 “수도권에서도 분양이 가능한 경계지역이 점차 좁아지는 모습”이라며 “이에 따라 실제 분양과 착공에도 영향이 불가피하고 특히 지방을 중심으로 신규 사업이 더욱 보수적으로 추진될 가능성이 크다”고 우려했다.
사업 여건을 보여주는 세부 지표도 일제히 악화됐다. 4월 전국 자금조달지수는 66.1로 전월보다 16.7p 하락했다. 자재수급지수는 79.6으로 17.0p 내렸다.
자금조달지수 하락은 전쟁 장기화와 금융 부담 확대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주산연은 지난달 이란 전쟁 발발 이후 전쟁이 길어지면서 고유가와 물가 상승 우려가 커졌고 최근 금리 상승 추세에 대한 부담도 반영된 것으로 봤다. 여기에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이 7%를 넘어서면서 수요자의 자금조달 부담이 확대됐고 이는 주택 매수수요 위축과 사업자들의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자재수급지수도 전쟁 여파를 비켜가지 못했다. 유가 상승과 고환율, 원자재 가격 불안이 겹치면서 자재 수급 여건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공사비 상승 압력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서 향후 사업성 관리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사 결과가 단순한 심리 위축을 넘어 실제 사업 환경 악화를 반영한 신호로 보고 있다. 수도권도 하락세를 피하지 못했지만 지방은 미분양과 수요 부진, 자금 부담이 겹치며 체감 경기가 한층 빠르게 식고 있다는 평가다. 당분간 금리와 유가, 지방 미분양 추이 등이 주택사업 경기 흐름을 좌우할 핵심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