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교육 빙자해 상품 권유, 불완전판매 넘어 조직적 금융사기 우려
금감원 “과거 무더기 제재 사안, 설명회 가장한 보험 권유 주의해야”

화장품 업계 종사자 A씨는 최근 황당한 전화를 받았다. 자신을 화장품 제조 대기업 상무이사라고 소개한 남성은 “그간의 협력에 감사하다”며 “산업은행 요청인데, 직원 대상 적금 상품 설명 자리를 마련해달라”고 요구했다. 해당 기업과 거래 관계가 없던 A씨는 의구심을 품고 전화를 끊었다. 이후 주변에서도 비슷한 전화를 받았다는 얘기가 잇따랐다.
보험설계사들이 기업 대상 ‘브리핑 영업’권을 따내기 위해 대기업 협력사나 공공기관을 사칭하는 사례가 빈번해지고 있다. 단순한 영업 과열을 넘어 기망 행위가 동원되면서 불완전판매를 넘어선 조직적 금융사기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부 법인보험대리점(GA) 소속 설계사들이 중소기업에 전화를 걸어 협력사나 국책은행 등을 사칭하며 브리핑 자리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브리핑 영업은 기업의 법정 의무 교육이나 세미나 시간을 빌려 설계사가 보험 상품 가입을 권유하는 방식이다.
특히 이들은 “강의를 들으면 거래 조건을 조정해주겠다”거나 “산업은행의 협조 요청이 있었다”는 식의 거짓말로 신뢰를 얻은 뒤 파고든다. 사실상 보이스피싱과 유사한 수법으로 영업 기회를 갈취하는 셈이다.
그간 브리핑 영업은 구조적으로 불완전판매 우려가 높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다수 인원을 대상으로 짧은 시간 내 상품 설명과 가입 유도가 이뤄지는 만큼 충분한 설명의무 이행이 어려운 데다, 기업 내부 교육을 가장해 접근할 경우 소비자가 이를 금융상품 권유로 인식하지 못할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감독원은 브리핑 영업의 폐해를 지적하며 소비자경보를 발령한 바 있다. 보험대리점협회 역시 내부통제 기준을 강화하며 자정 노력을 기울였으나, 무료 콘서트나 의무 교육을 내세운 변칙 영업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에는 여기에 ‘사칭’이라는 범죄적 요소까지 더해지며 중소기업들의 피해 가능성이 더욱 커졌다.
금융당국은 아직 관련 민원이 접수되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현장의 개별 사례를 모두 파악하기는 현실적으로 어렵다. 금감원 관계자는 “브리핑 영업은 과거에도 무더기 제재 사례가 있을 만큼 불완전판매 소지가 다분하다”며 “교육이나 설명회를 빙자한 보험 권유에 대해 소비자들의 각별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