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제재의 역설…세계 경제도 동시 타격
이란 원유수출 막히면 200만 배럴 추가 공급차질
에너지→물가→성장 둔화…복합 인플레 압박

13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종전협상 결렬 및 트럼프 대통령의 호르무즈 봉쇄 방침이 전해지면서 국제유가는 아시아 시장에서 개장과 동시에 100달러를 넘어섰다. 국제 유가 벤치마크인 브렌트유 가격은 7% 이상 급등해 배럴당 약 102달러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가격도 8% 이상 뛰면서 배럴당 105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지정학 리스크가 단순한 뉴스 이벤트를 넘어 실제 공급 차질로 전이될 가능성이 가격에 반영된 것이다.
금융시장도 흔들렸다. 미국 S&P500지수 선물은 1% 가까이 하락했고, 일본 등 아시아 주요 증시는 일제히 약세를 보였다. 특히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일수록 충격이 빠르게 반영되는 모습이다. 투자자들은 휴전 이후 형성됐던 안도 랠리보다는 갈등 재확산 가능성에 더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이란의 원유 수출 능력을 차단하면 이미 타격을 입은 경제에 더욱 큰 타격을 줄 것이다. 문제는 세계 경제도 마찬가지라는 점이다. 이번 봉쇄 조치는 이미 빡빡해진 공급·수요 구조를 한층 압박하며 국제유가의 추가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석유 분석가인 로리 존스턴 커머디티컨텍스트 설립자에 따르면 이란 전쟁으로 지금까지 걸프 지역에서 전체 12%에 해당하는 하루 약 1300만 배럴의 원유 생산이 차질을 빚었는데, 이란의 원유 수출까지 막히면 추가로 200만 배럴이 시장에서 이탈할 수 있다.
에너지 가격 상승은 물가 압력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동시에 생산과 소비를 위축시키며 성장 둔화를 자극할 수 있다. 여기에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비롯해 이란에 전쟁 물가를 보내는 국가들에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경고한 것도 세계적인 인플레 압박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역설적으로 이란보다 세계 경제가 먼저 흔들릴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란은 전쟁 기간에도 원유 수출을 이어오면서 단기적으로는 일정 수준의 충격을 흡수할 완충 여력을 확보하고 있다. 동시에 글로벌 공급망을 압박할 수 있는 레버리지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궁지에 몰릴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아랍에미리트(UAE)의 우회 송유관을 타격해 대체 수단을 마비시킬 수 있다. 또는 이 지역의 대리 세력들이 예멘 인근의 주요 해상 운송로인 바브 알만데브 해협을 봉쇄하려 시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싱크탱크 신미국안보센터의 레이첼 지엠바 선임 연구원은 “세계 경제에 있어 그나마 존재했던 긴장 완화 기회는 당분간 끝난 것으로 보인다”며 “이란은 자신들이 미국과 세계 경제보다 더 오래 버틸 수 있다고 내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다른 국가들이 장기전이라는 현실에 맞설 준비가 돼 있다고 보지 않는다. 우리는 이미 고통과 피해를 목격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