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용 목적 아닌데…위고비·마운자로 ‘오·남용우려의약품’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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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도입된 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 노보노디스크의 위고비(위)와 일라이릴리의 마운자로 (사진제공=각사)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 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오남용을 차단하기 위한 조치가 나올지 주목된다. 이들 의약품은 국내 출시 이후 약 2년 동안 비만 치료뿐 아니라 미용을 위한 다이어트 목적으로도 폭발적인 수요를 일으켜 제한이 필요하다는 우려가 큰 실정이다.

19일 의약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는 비만치료제를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지정하기 위한 검토를 진행 중이다. 이달 8일 개최된 식품의약품안전처 중앙약사심의위원회에서도 해당 안건이 논의됐으며, 지정에 긍정적인 의견이 중론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지정된 의약품은 용기나 포장에 오·남용우려의약품이라는 문구를 표시해야 하며, 의약분업 예외지역에서도 처방전이 있어야 해당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다. 현재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관리되는 의약품으로는 이뇨제, 향정신성의약품 식욕억제제, 수면제, 발기부전치료제, 스테로이드 등이 있다. 이 가운데 특히 이뇨제와 식욕억제제 품목은 위고비와 마운자로처럼 미용 목적의 다이어트를 위해 남용되는 사례가 적지 않아 사회적 문제로 거론됐던 품목들이다.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은 국내 도입된 직후부터 급격한 인기를 끌었다. 킴 카다시안과 일론 머스크 등 해외 유명인들이 사용해 빠르게 체중을 감량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출시 전부터 시장의 기대감이 높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마운자로 개발사 일라이 릴리의 한국법인 한국릴리의 2025년 매출액은 4821억원으로 전년 매출액 1642억원 보다 193.6% 뛰었다. 위고비 개발사 노보노디스크의 한국 법인 노보노디스크제약은 지난해 매출액 6953억원을 기록해 전년도 매출액 3747억원 대비 85.6% 증가했다.

문제는 치료가 필요한 비만 환자가 아닌, 미용 목적의 수요가 적지 않다는 점이다. 식약처의 허가사항에 따르면 위고비와 마운자로 처방이 필요한 사람은 체질량지수(BMI) 30㎏/㎡ 이상 비만이거나, BMI가 27㎏/㎡ 이상 과체중이면서 고혈압 등 1개 이상 체중 관련 질환을 동반한 환자다. 하지만 허가된 기준에 부합하지 않은 이들이 결혼식이나 사진 촬영 등을 앞두고 빠르게 체중을 줄이기 위해 의약품을 남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10월부터 2025년 8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위고비가 만 12세 미만 아동에게 69건, 임신 중 여성에게 194건 처방된 사례가 확인됐다. 정신건강의학과(2453건), 산부인과(2247건), 안과(864건), 치과(586건) 등 비만 및 대사질환과 무관한 진료과에서도 빈번히 처방된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는 이미 위고비와 마운자로의 오남용을 차단하기 위해 규제를 정비해 왔다. 2024년 12월부터 비대면진료를 통한 처방을 금지하는 의약품에 비만 치료제를 포함했다. 또한 식약처 사이버조사단이 비만치료제 불법 광고와 유통을 모니터링하며 방송미디어통신심의위원회와 공조해 차단 조치하고 있다.

정부의 조치로 위고비와 마운자로 등의 사용이 당장 제한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을 위해서는 식약처가 고시 개정안을 마련해 일정 기간 행정예고를 거쳐 공포해야 한다. 아울러 오·남용우려의약품이 된다고 해서 처방과 판매에 직접적인 규제가 가해지는 것은 아니다.

오·남용우려의약품 지정은 안전한 사용을 유도하는 실효적인 방법이 아니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지정된 의약품은 식약처가 더욱 예의주시할 가능성이 있지만, 처방과 판매가 감소할 정도의 직접적인 조치를 받게 되는 것은 아니다”라며 “GLP-1 계열 비만치료제가 오·남용우려의약품으로 지정된다고 해서 사용량에 실질적인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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