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근 해 또 떴네"⋯'셋로그', 인스타그램보다 재밌다고?! [솔드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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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화제 되는 패션·뷰티 트렌드를 소개합니다. 자신의 취향, 가치관과 유사하거나 인기 있는 인물 혹은 콘텐츠를 따라 제품을 사는 '디 토(Ditto) 소비'가 자리 잡은 오늘, 잘파세대(Z세대와 알파세대의 합성어)의 눈길이 쏠린 곳은 어디일까요?

▲(김다애 디자이너 mnbgn@)

둥근 해 XX 거 또 떴네

조금은 격한 표현과 함께 기상을 알립니다. 단체 채팅방,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피드가 아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새로운 애플리케이션(앱) '셋로그(setlog)'가 그 무대인데요. 아침에 일어나기부터 등굣길과 출근길, 점심 메뉴, 잠자리에 들기까지의 모습을 매시간 짧은 분량으로 공개하고 이를 모아 하루의 브이로그를 완성하는 게 앱의 핵심입니다.

각 잡고 촬영할 필요도, 긴 시간을 들여 영상을 편집할 필요도 없습니다. 그때그때 눈앞에 보이는 장면을 2초만 남기면 되니 기록의 문턱이 높지 않은데요. 완성도를 고민하기보다 '지금'을 남기는 데 집중하는 방식, 이미 수많은 SNS 앱이 굳건히 자리 잡은 오늘날 셋로그가 떠오른 비결입니다.

▲(출처=독자 제공)

2초가 모여 '하루' 된다…셋로그가 떠오른 비결

셋로그는 매시간 2초의 기록이 모여 만들어지는 자동 브이로그 서비스라고 할 수 있습니다.

1시간마다 앱에 알림이 오면 지금 내 눈앞 모습을 딱 2초만 촬영하면 됩니다. 하루가 끝나면 2초의 조각들이 모여 한 편의 영상, '하루로그'가 완성되죠.

이는 앞서 유행한 N분할 브이로그를 연상케도 하는데요. 인스타그램 릴스, 유튜브 쇼츠, 틱톡 등 SNS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던 이 콘텐츠는 각기 다른 직업을 갖고 있거나 다른 장소에 있는 친구들과 '같은 시간대의 내 모습'을 한 화면에 담으면서 재미를 줬습니다.

다만 이를 만들기 위해선 각자 일상을 촬영하는 걸 시작으로 영상을 한데 모으고 편집까지 거쳐야 했는데요. 셋로그는 이 과정을 깨끗이 날렸습니다.

과정은 간단합니다. 회원가입과 로그인 등 기본적인 절차를 끝내면 일종의 그룹 채팅방 '로그'에 참여할 수 있는데요. 로그에서는 여러 명이 모여 각자 촬영한 브이로그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내가 직접 로그를 만들 수도, 혹은 친구가 만든 로그에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 게재되는 친구의 브이로그에는 이모지나 댓글을 달면서 소통할 수 있죠.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10일 기준 앱스토어 인기 차트 1위를 지키고 있는데요. X(옛 트위터)에서는 관련 게시물이 수십만~수백만 회의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죠. 이용자들의 성원에 힘입어 기존 4명까지 참여할 수 있던 로그 인원을 12명으로 늘리는가 하면 음소거 버튼을 추가하고, 테마 색상도 변경할 수 있도록 만드는 등 업데이트도 활발히 이뤄지는 중입니다.

또 현재는 앱스토어에서만 셋로그를 다운로드할 수 있지만, 갤럭시 유저들을 위해 이달 말 구글 플레이스토어에도 베타 버전을 론칭할 예정입니다.

▲NCT 위시 사쿠야, 투모로투바이투게더 연준의 비리얼. (출처=NCT 위시 위버스, 연준 핀터레스트)

투두메이트·비리얼·로켓…'소셜' 기능에 방점

사실 셋로그가 낯선 흐름은 아닙니다. 이미 Z세대 사이에선 불특정 다수에게 공개되는 SNS만큼이나 가까운 사람끼리 일상을 공개하고 소통하는 서비스가 꾸준히 반응을 얻어왔는데요. 대표적인 사례가 비리얼로켓 위젯(이하 로켓)입니다.

2020년 출시된 비리얼은 하루 한 번 무작위 시간에 알림이 뜨면 2분 안에 전·후면 카메라로 찍은 사진을 올려야 합니다. 규칙적인 시간대가 아닌 무작위로 설계된 이유는 꾸며낸 모습이 아닌 일상의 순간을 공유하도록 유도하기 위해서죠. 출시 2년 만에 전 세계에서 누적 1억 회 이상 다운로드 되면서 인기를 끈 바 있습니다.

로켓은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 장학생이었던 매튜 모스가 2022년 출시한 위젯 기반의 앱인데요. 위젯을 누르면 바로 기본 카메라가 실행돼 실시간으로 찍은 사진만 전송할 수 있습니다. 이 사진은 친구의 스마트폰 위젯에 뜨게 되죠.

비리얼이 예측할 수 없는 타이밍을 통해 일상의 '날것'을 드러내는 데 집중했다면, 로켓은 홈 화면 위젯을 통해 친구의 일상을 상시 마주하게 하며 심리적 거리를 좁히는 데 집중했는데요. 이들 서비스는 구체적인 형태는 다르지만 불특정 다수가 아닌 가까운 사람들과 '지금 이 순간을 나눈다'는 데 초점을 맞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팔로워 수나 좋아요 개수보다 관계의 밀도를 높이는 데 집중하는, 비교적 폐쇄적인 SNS 흐름을 대표하는 사례로 꼽히기도 하죠.

일정 관리 앱 투두메이트도 비슷한 맥락으로 인기를 끈 바 있습니다. 단순히 자신의 할 일을 정리하고 완료 여부를 표시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친구와 서로 달성 현황을 공유하고 이모티콘을 누르면서 응원을 보낼 수 있게 해 성취감은 물론 정서적 연결감을 안기죠.

셋로그는 이 흐름을 더 확장한 형태로 읽힙니다. 한 순간에 머무르지 않고, 짧은 영상들을 차곡차곡 쌓아 하루를 함께 기록하게 만든다는 점에서인데요. 순간의 공유를 넘어 '하루를 공동으로 완성한다'는 경험을 제공하면서 유대감과 공동체 의식을 체감하게 합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보여주기'식 말고 '진짜 일상'…닫힌 SNS에 쏠린 이유

셋로그의 '붐'에는 기록 욕구와 SNS에 대한 피로감이 동시에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됩니다.

젊은 세대에게 기록은 하나의 놀이이자 정체성을 표현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곤 합니다. 앞서 언급한 N분할 브이로그를 포함해 공부하는 모습을 타임랩스로 남기는 '공스타그램(공부+인스타그램)'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가 SNS상에서 인기를 끈 이유도 여기에 있죠.

다만 불특정 다수에게 노출되는 플랫폼에서는 '잘 나온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따르기 쉽습니다. 인스타그램의 경우 출시된 지 10여 년이 지난 만큼 친구부터 가족, 직장 동료, 얼굴만 아는 지인 등 다양한 이들이 팔로워에 속해 있기도 한데요. 전체 공개용 계정, 친한 친구들과 공유하는 비공개 계정, 그 중에서도 더욱 가까운 이들만 팔로워로 수락하는 '진짜' 비공개 계정 등 수 개의 계정을 소유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죠.

20대 여성 A 씨는 "요즘은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보다 셋로그를 곧잘 사용 중"이라며 "셋로그에서는 원하는 친구들의 기록만 모아 볼 수 있어 편리한 데다가 미니 단체 채팅방처럼 사용하기도 한다"고 설명했는데요. 특히 "기존 SNS에서 볼 법한, 정돈된 모습이 아니라 친구들이 실제 하고 있던 일을 볼 수 있어 신선하고 재밌다"고 호평했습니다.

셋로그는 기록을 통한 자기표현이 가능한 데다가 자신이 초대하거나 수락한 이들 한정으로 일상을 공유하면서 '심리적 안전지대'로도 통한 모양샌데요. 서로의 일상을 보면서 재미를 얻고 긴밀히 연결돼 있다는 감각까지 유지할 수 있으니, 인기를 끄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었겠죠. 주말을 앞둔 금요일인 만큼 오늘 셋로그의 풍경 역시 다채로울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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