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센터 등 SOC 투자하는 만기없고 환매 불가한 펀드
회계 부담 완화에 보험사 수요 확대…공모형 도입 논의도

주요 금융지주들이 만기가 없고 중도 환매가 불가능한 영구폐쇄형 인프라펀드 출시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금융당국이 해당 펀드의 회계처리 기준을 정비하면서 평가손익이 당기손익에 직접 반영되는 부담이 줄어들자, 장기 투자가 필요한 보험사를 중심으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금융과 우리금융에 이어 신한금융도 영구폐쇄형 인프라펀드 조성을 검토 중인 것으로 파악됐다. 주요 금융지주들이 잇달아 관련 구조를 도입하면서 장기 인프라 투자 상품이 업권 전반으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우리금융이 지난달 5000억원 규모로 조성한다고 밝힌 ‘우리 지역발전 인프라 펀드’도 영구폐쇄형 인프라펀드다. 해당 펀드에는 우리은행과 우리종합금융, 우리프라이빗에쿼티자산운용이 공동 출자하고 우리자산운용이 운용을 맡는 구조다. 펀드는 기존 부동산과 담보 중심의 자금 흐름을 비수도권 실물경제로 전환하는 역할을 맡는다. 전체 자산의 70% 이상을 지역균형성장 인프라에 투자하며, 핵심 투자 대상은 해남 태양광과 고창 해상풍력 발전사업이다.
이보다 앞서 KB금융은 금융지주 중 가장 먼저 해당 펀드를 출시했다. 지난 2월 1조 원 규모의 블라인드 펀드인 ‘KB국민성장인프라펀드’를 조성했다. 이 펀드는 민간 금융그룹이 단독으로 조성하는 국내 최초의 영구폐쇄형 인프라펀드다. 투자 대상에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집단에너지 사업 등 국내 인프라 개발·건설·운영 사업이 포함됐다. 최근 KB국민은행이 5000억 원을 먼저 출자했고, 나머지 5000억 원은 KB손해보험과 KB라이프생명이 추후 출자할 계획이다.
영구폐쇄형 인프라펀드는 만기가 없고 중도 환매가 제한되는 구조로, 투자자는 이자와 배당을 통해 장기간 현금흐름을 축적하며 수익과 원금을 회수한다. 투자·회수 기간이 긴 데이터센터·에너지·사회간접자본(SOC) 등에 자금을 투입하는 구조여서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운용된다.
기존에는 이 같은 펀드의 평가손익이 당기손익에 반영될 수 있어 펀드에 투자한 금융회사의 실적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이 지난해 8월 회계처리 기준을 정비하면서 이를 기타포괄손익(FVOCI)으로 처리할 수 있게 됐고 이에 장기 투자에 따른 회계 부담도 다소 완화됐다.
특히 이 같은 변화는 장기자금 운용 수요가 큰 보험사에 유리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험사는 보험료를 장기간 운용한 뒤 만기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여서 장기 투자 수요가 크다. 인프라 자산은 투자·회수 기간이 길어 보험사 자금과 만기 구조가 잘 맞지만 그동안에는 평가손익이 분기 실적에 반영될 수 있다는 점이 부담이었다. 회계 부담이 줄면서 보험사 자금의 장기 인프라 투자 여건도 개선됐다는 분석이다
정책 환경도 변하고 있다. 기획예산처는 지난 2월 민간투자 활성화 방안을 통해 향후 5년간 100조 원 규모의 신규 민간투자 사업을 발굴하고 AI데이터센터와 전력망 등 신사업에 민간자본을 적극 도입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장기 인프라 자금조달 수요도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기획예산처는 국민참여 공모 인프라펀드 도입도 함께 추진하며 민자 투자 구조를 다변화한다는 방침이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영구폐쇄형 인프라펀드는 회계 부담 완화 이후 기관투자자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할 가능성이 크다”며 “향후 공모형 도입까지 이어질 경우 인프라펀드 시장 전반의 활성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