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기업 부동산 압박’에…노태우 정부 ‘5·8 조치’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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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기업 부동산 보유 부담 강화 검토
국회선 '토지초과이득세' 재입법 추진
36년 전 노태우 정부 정책 모델 재조명
전문가 "정책 실효성 신중히 검토해야"

▲이재명 대통령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부가 기업이 보유한 비업무용 부동산에 대해 강력한 세제 압박을 시사하면서 부동산 업계 등에서는 1990년 노태우 정부가 시행했던 '5·8 조치'를 연상시킨다는 해석이 나온다. 기업의 투기성 자산 보유를 억제해 시장 안정을 꾀하겠다는 구상이 과거의 정책 경로와 유사하다는 점에서다.

12일 정치권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은 9일 국민경제자문회의에서 기업의 비업무용 부동산을 지목하며 "대대적인 보유 부담을 안기는 방향으로 검토해달라"고 정책실에 주문했다. 이 대통령은 부동산 투기를 통한 이익 창출을 원천 차단해야 산업 체제가 정상화될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이 같은 발언이 1990년 노태우 정부가 단행했던 '5·8 부동산 특별대책'과 맥을 같이 한다고 보고 있다. 당시 노태우 정부는 1988년 '8·10 대책'으로 투기 억제의 틀을 만든 뒤 1989년 종합토지세 도입과 토지공개념 3법(토지초과이득세·택지소유상한제·개발이익환수제) 제정으로 법적 그물을 짰다. 이어 1990년 '5·8 조치'로 49개 재벌그룹의 비업무용 부동산 처분을 압박하고 불응 시 신규 취득 제한·대출 중단 등 금융 제재를 예고한 초강수를 뒀다.

최근 이 대통령이 언급한 '대대적 보유 부담' 역시 기업이 부동산을 보유할수록 손해가 나게 설계해 자발적인 매각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과거의 정책 메커니즘과 닮았다는 평가다.

대통령 발언과 별도로 국회에서도 유사한 문제의식을 담은 입법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윤종오 진보당 의원은 '토지초과이득세법안(토초세)'을 대표 발의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에서도 일부 의원이 발의에 참여했다. 해당 법안은 유휴토지의 지가 상승분 중 정상지가 상승분을 초과하는 이득에 대해 최대 50%의 누진세율을 적용하는 것이 골자다.

토초세는 노태우 정부 시절인 1990년 처음 시행됐으나 이후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판결과 경제 위기 등을 거치며 1998년 폐지된 바 있다. 이번 재입법 추진은 상위 10%가 전국 토지 가액의 약 67%를 보유한 구조를 깨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대통령의 지시와 국회의 입법 움직임이 맞물리면서 기업 보유 토지에 대한 '보유 부담 그물망'이 한층 촘촘해질 가능성이 있다.

노태우 정부의 파상 공세가 실제 부동산 시장 안정에 이바지했는지에 대해서는 해석이 엇갈린다. 통계적으로 보면 노태우 정부 임기 내에 주택 가격이 안정세를 보였으나 그 배경이 압박보다는 다른 데 있다고 보는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노태우 대통령 집권 초기인 1988~1990년은 3저 호황과 올림픽 특수로 인해 집값이 2~3배 폭등했다. 정부는 수십 차례의 대책을 쏟아냈지만, 시장은 쉽게 진화되지 않았다. 부동산 가격이 꺾이기 시작한 기점은 1991년 하반기부터였으며 1992년부터 장기 안정세가 이어졌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이에 대해 "당시 살벌했던 규제가 아니라 1기 신도시를 포함한 주택 200만 가구 건설 계획이 실제 입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1989년에 토지공개념 3법을 발표했어도 1991년까지 집값은 잡히지 않았다"며 "1992년 가을 1기 신도시 입주가 시작되면서 수요가 분산된 것이 시장 안정의 결정적 요인이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 보유 부동산에 대한 조치는 실효성을 신중히 검토하고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도 제시했다. 보유세를 높이더라도 취득세나 양도세 같은 거래 비용이 더 비싸다면 기업들이 매각 대신 '버티기'를 선택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보유세가 거래 비용보다 많이 들어야 매각 유인이 생기는데 현재 구조로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며 "기업 보유 토지를 풀어 주택 용지로 전환한다 하더라도 그 공급량이 전체 시장의 추세를 바꿀 만큼 유의미할지는 더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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