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의 전쟁 리스크' 이창용 "러ㆍ우크라 전쟁 땐 경기 회복기, 지금은 달라"

기사 듣기
00:00 / 00:00

이 총재, 10일 기자간담회 모두발언 등 통해 취임 초 전쟁 이슈와 비교
"22년 금리로 대응했지만 이번엔 아냐⋯환율·성장률 등 전부 달라져"

▲<YONHAP PHOTO-4006>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이창용 총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임기 말 또다시 전쟁 국면에 섰다. 2022년 4월 취임 당시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총재 취임 이후 첫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에서 금리를 0.25%포인트(p) 인상하는 결정에 의사봉을 두드렸다. 임기 종료를 열흘 남겨둔 이번 금통위에서도 미국과 이란 간 '중동 전쟁' 이슈가 시장 전반에 휘몰아쳤다. 그러나 이번에는 모든 금통위원들의 의견 일치 하에 현 수준(2.5%)에서 동결이 결정됐다. 그 배경은 무엇일까.

이 총재는 10일 금통위 본회의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최근 중동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이 높아 예측이 "면서 "제가 취임할 당시에도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과 관련한 고물가 상황이 빚어졌었다"며 현 상황과 당시 상황을 함께 회상했다. 그는 "당시엔 한은이 통화정책으로 적극 대응했던 반면 최근 중동 관련 대내외 상황은 그때처럼 적극 대응할 가능성과 아닌 가능성이 모두 열려있다"고 밝혔다.

실제 러-우 전쟁이 발생한 2022년은 코로나19 팬데믹 기간과 일부 맞물려 있다. 이때문에 2020년부터 수년 간 억눌렸던 수요가 확대돼 경기회복 국면이었다는 평가다. 이 총재는 "당시 팬데믹 등 이슈로 인해 전쟁 충격이 경기를 둔화시키기보다는 물가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며 "이에 한은은 금리 인상을 통해 물가 상승 압력에 적극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당시 전쟁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 의존도가 높은 유럽 지역에 더 큰 충격이 미쳤다는 점도 한은 통화정책 구상에 영향을 미쳤다.

반면 2026년 발생한 중동 전쟁 관련 여파는 한국 등 아시아 국가에 더 큰 충격으로 다가오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등에 따르면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권 주요국은 원유 수입량의 약 70~90%를 중동에 의존하고 있다. 국내 경기 역시 개선세를 보이고 있긴 하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2% 이하에 그쳤다는 점, 최근 개선흐름이 IT(반도체)부문에 한정돼 가파른 점도 문제로 꼽힌다. 이 총재는 "부문별 회복 격차 등으로 경기 개선세가 상대적으로 약한 상황에서 (전쟁) 충격이 발생했다"며 "전쟁 이슈로 물가와 경기 간 상충이 심화될 우려가 크다"고 지적했다.

전세계가 두 번의 전쟁을 거치는 동안 원화 환율 수준도 크게 달라졌다. 이 총재가 갓 취임한 2022년 4월 평균 원ㆍ달러환율은 1232.34원으로 1230원대에 머물렀다. 반면 4년여가 지난 지난달 평균 환율은 1486.64원으로 1500원대에 근접했다. 지난달 말에는 원·달러환율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350원선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 총재는 "러-우 전쟁 당시보다 환율 수준이 큰 폭으로 상승했고 경제주체들이 물가 변화에 보다 민감하게 반응할 경우 일반인들이 전망하는 미래 물가인 '기대인플레이션'이 불안정할 가능성도 여전하다"면서 "4월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하기로 결정한 것은 단순히 불확실성 확대에 따른 결정 유보가 아니라 중동 전쟁 전개와 그 파급력을 면밀히 살피면서 정책 방향을 판단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현 시점에서 돌발 이슈를 반영하지 않은 전망에는 큰 의미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오늘을 기준으로 스태그플레이션(물가 상승+경기 침체) 가능성은 낮지만 당장 2주 뒤 무슨 일이 일어날 지 예측이 불가능하고 시시각각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 문제"라며 "(전쟁 과정에서) 에너지 인프라 시설이 파괴되는 등 최악의 상황으로 전개된다면 스태그플레이션 발생 가능성도 부인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하반기 금리 인상 가능성에 대해서도 "트럼프 말 한마디에 (데이터가) 들썩이고 있는 있는 만큼 이를 기준으로 한 전망은 큰 의미가 없다"며 "변동성이 잦아든 이후를 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