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단계 하청 구조 '車ㆍ조선' 불가능
대다수 기업은 현실적 대응책 모색

노란봉투법 발효와 함께 원·하청 생태계를 둘러싼 기업들의 전략 방정식이 복잡해졌다. 포스코가 ‘협력사 인력 직고용’이라는 정면 돌파 카드를 꺼내 든 가운데, 산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노사 갈등을 잠재울 ‘선제적 묘약’이라는 기대와 경영 부담을 키우는 ‘위험한 독배’라는 우려가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는 협력사 인력 7000여 명을 직고용하며 원·하청 구조 재편에 전격 나섰다. 이는 안전관리 체계의 일원화와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특히 수년간 지속된 불법파견 소송과 산업재해 리스크를 원천 차단해, 법적 분쟁에 따른 유무형의 비용과 노사 갈등을 선제적으로 해소하겠다는 전략적 선택으로 풀이된다.
노란봉투법 시행으로 원청의 사용자성 범위가 급 팽창하면서 기업이 짊어져야 할 법적 책임의 무게도 전례 없이 무거워졌다. ‘직고용’은 리스크를 원천 봉쇄할 가장 확실한 해법으로 꼽히지만, 그 이면에는 막대한 비용 부담이라는 ‘양날의 검’이 숨어 있다. 인건비 등 고정비 급증은 물론, 수십 년간 유지해온 협력사 생태계 자체가 뿌리째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자동차와 조선 등 복잡한 다단계 하청 구조가 뿌리내린 업종에서는 ‘포스코식 해법’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지배적이다. 3만 개의 부품이 조립되는 자동차나 수만 명의 인력이 공정별로 투입되는 조선업의 경우, 특정 공정의 직고용은 곧 1~3차 협력사로 이어지는 공급망 전체의 붕괴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자동차나 HD현대중공업 등은 협력사와의 전문적 분업 체계가 핵심 경쟁력인 만큼, 직고용 전환은 단순한 인건비 문제를 넘어 국가 기간산업의 제조 근간을 뒤흔드는 ‘리스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산업계 대다수 기업은 현실적인 ‘제3의 길’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무리한 직고용 대신 공정 분리를 명확히 하거나 외주 범위를 재조정해 법적 시비를 최소화하는 ‘관리형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대형 건설사와 제조 기업들은 법무·노무 전문가를 전진 배치해 협력사 계약 구조를 전수 점검하는 한편, 산업 안전 등 필수 의제에 대해서만 부분적으로 대화에 응하는 ‘한정적 교섭’ 전략을 검토 중이다. 전문가들은 포스코식 정면 돌파가 어려운 중견·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원청의 지배력을 낮추면서도 협력사의 자생력을 키우는 구조 개편이 당분간 확산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대다수 기업은 보다 현실적인 대응책을 모색하는 분위기다. △공정 분리 및 외주 범위 재조정 △협력사 계약 구조 점검 △노무·법무 조직 강화 △한정적 교섭 수용 등 ‘관리형 대응’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결국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기업들은 ‘버티기’와 ‘선제 구조개편’ 사이에서 선택을 강요받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직고용이 전면 확산되기보다는 업종과 사업장 특성에 따라 선택적으로 도입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포스코는 안전과 생산 구조상 직고용 명분이 있었지만 모든 산업에 일반화하기에는 부담이 크다”며 “대부분 기업은 소송 대응과 구조 개선을 병행하는 방향으로 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