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프 시뮬레이터 전문기업 크리에이츠가 코스닥 상장의 문을 다시 두드린다. 2024년 메가스팩(공모 규모 300억원 이상) 합병이 무산된 지 2년 만이다. 이번 상장 핵심은 개선된 실적과 사업구조를 바탕으로 과거 고평가 논란을 넘어설 수 있느냐다.
9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크리에이츠는 코스닥 상장을 위한 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상장 주관사는 삼성증권이다.
크리에이츠는 2023년 NH스팩20호와 합병 상장을 추진하며 국내 첫 메가스팩 합병 추진 사례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당시 4000억원 안팎의 기업가치를 제시했다가 고평가 논란에 휘말렸고, 이후 여러 차례 몸값을 낮췄지만 결국 2024년 2월 상장을 철회했다. 스팩 주주 상당수가 반대 의사를 나타낸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동종업계 대장주인 골프존의 시가총액이 4000~5000억원대에 머물렀던 점도 크리에이츠의 기업가치를 두고 골프존 대비 과도하다는 지적에 힘을 보탰다.
이번 도전은 상장 방식부터 다르다. 크리에이츠는 상장 주관사를 NH투자증권에서 삼성증권으로 바꾸고, 스팩 합병이 아닌 공모 직상장으로 선회했다. 단순히 상장 경로를 바꾼 데 그치지 않고, 시장이 이해할 수 있는 실적과 성장 구조를 새로 제시해야 하는 단계에 들어선 셈이다.
실적은 확실히 달라졌다. 크리에이츠의 2024년 연결 기준 매출액은 약 826억원, 영업이익은 15억원 가량에 그쳤다. 2023년 영업이익 129억원과 비교하면 수익성이 크게 둔화했다. 그러나 2025년에는 매출이 전년 대비 26% 늘어난 1042억원으로 처음 1000억원을 넘어섰고, 영업이익도 250억원으로 크게 올라섰다.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크리에이츠는 실사형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 ‘게임데이(GameDay)’와 인공지능(AI) 기반 스윙 분석 서비스 ‘AI Trainer’를 중심으로 구독형 콘텐츠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하드웨어 판매 중심이던 매출 구조에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매출을 더하면서 반복 매출 기반을 강화하는 흐름이다. 상장 심사와 투자자 수요예측 과정에서도 단순 장비업체가 아니라 플랫폼 성격을 갖춘 스포츠 테크 기업으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글로벌 시장 공략도 한층 구체화하고 있다. 크리에이츠는 전체 매출 80% 이상을 해외에서 창출하고 있으며, 미국 현지에서 직접 판매 채널도 운영 중이다. 회사는 이번 상장을 통해 북미 커머셜 시장, 즉 엔터테인먼트형 골프시설과 실내 골프 아카데미 등으로 사업 영역을 본격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해외 매출 비중이 높은 만큼 북미 시장 내 확장성과 현지 수요 지속성을 어떻게 증명하느냐도 기업가치 산정의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번 상장 승부처는 밸류에이션(기업가치) 설득력이란 평가다. 스팩 합병 추진 당시 시장 벽에 부딪혔던 몸값이 이번 직상장에서도 유효한지, 아니면 달라진 실적과 사업구조를 반영해 새로운 평가 기준을 제시할 수 있을지가 흥행을 가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한 운용업계 관계자는 “매출 1000억원 돌파와 영업이익 250억원이라는 성과는 확실히 달라진 지점”이라면서도 “시장이 궁금해하는 건 이 실적이 일회성 반등이 아닌 지속 가능한 성장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