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기후 버텼더니...패션업계, 고환율·나프타 불안에 ‘원가 압박’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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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부자재·수입의류 달러 결제 비중 ‘절대적’
합성섬유 원료 나프타⋯대부분 의류에 활용
“원가 구조 전반에 복합적 압력 가중돼”

▲패션 기업에서 노동자들이 대량으로 옷을 만들고 있는 모습 ((사진=AI 생성))

지난해 내수 침체에 따른 외형 축소와 수익성 악화를 겪었던 패션업계가 올해 반등에 나섰지만, 예상치 못한 대외 복합 변수를 마주해 고심이 깊다. 지난해 유독 심했던 이상기후로 인해 ‘반응 생산(시장 수요에 즉각 대응해 필요한 만큼 만드는 효율적 생산 방식)’ 기조를 강화해왔지만, 이번엔 중동 전쟁으로 인해 원가 관리 압박이 커지고 있다.

9일 패션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부터 소비심리가 차츰 되살아났지만 최근 이례적인 고환율과 나프타 수급 불확실성으로 내부에서 중장기적 대응책을 검토하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달 원·달러 환율은 주간 거래 종가 기준 1530.1원이다. 3월 들어 원·달러 환율은 1500원을 넘어선 날이 21거래일 중 7거래일에 달했다. 내수 소비가 완전히 살아나지 않은 가운데 고환율 양상이 계속되면서 업계는 비상이다.

패션업계는 원부자재 달러 결제 비중이 높은 구조로, 환율 상승이 장기화할 경우 차기 시즌 발주 단가 협상에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패션기업 관계자는 최근 중국 생산기지 기준 FOB 단가가 환율·인건비 상승 영향으로 전반적으로 인상됐다고 귀띔했다. FOB(Free On Board)는 수출국 항구에서 선박에 물건을 싣는 순간까지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포함한 가격을 말한다.

여기에 이란·미국 전쟁으로 촉발된 호르무즈 해협 봉쇄로 나프타 수급 문제까지 겹쳤다. 나프타는 폴리에스터 등 합성섬유의 기초 원료로 티셔츠·아우터·스포츠웨어 등 대부분의 패션 상품에 폭넓게 활용된다. 공급 차질이 발생하면 원단 단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포장재나 물류비까지 영향을 받는 구조다.

패션업계는 대개 3~6개월 전 선행 발주하는 구조로 아직 직접적인 타격은 적지만, 지금과 같은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몰라 한숨만 쉬고 있다. 특히 수입의류를 전개하는 기업은 달러 결제 비중이 절대적으로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브랜드마다 다르지만 6개월~1년 전에 발주와 계약을 마친 곳이 대부분인데, 새 브랜드를 물색할 때 비용 변동으로 어려움을 겪는 곳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패션기업 A사 관계자는 “올해는 봄·여름(S/S) 시즌 입고가 완료됐고, 가을·겨울(F/W) 발주·계약도 마쳐 단기 충격은 제한적”이라면서도 “사태가 장기화하면 내년부터 원가에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커 부자재 변경이나 혼용률 조정 등 다양한 대응책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패션업계는 경기 침체 속 계속 변수가 생긴다는 점에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의류는 경기 둔화 속 소비자가 가장 먼저 지갑을 닫는 분야 중 하나로 꼽힌다. 매출 확대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점진적 비용 전가 가능성이 커져 영업 환경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

이로 인해 이번 복합 위기 사태를 계기로 원가·재고 관리의 중요성이 더욱 중시될 것으로 전망된다. 패션기업 B사 관계자는 “물류비 역시 유가 상승에 따른 유류할증료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어 원가 구조 전반에 복합적 압력이 가중되는 상황”이라며 “분쟁이 장기화하면 채산성 부담이나 가격 인상 압력이 현실화될 수 있고, 초도물량을 줄이고 반응 생산 비중을 높이는 방향으로 효율화 움직임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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