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지난달 韓 주식·채권 '54조원' 팔아치웠다…역대급 순유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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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국민 연설에서 이란 추가 타격 발언을 하자 코스피와 코스닥이 폭락 마감한 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모니터에 코스피 등 시황이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44.65포인트(4.47%) 내린 5234.05, 코스닥은 59.84포인트(5.36%) 하락한 1056.34,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일 오후 3시 30분 기준 전날보다 18.4원 오른 1519.7원으로 장을 마쳤다. 신태현 기자 holjjak@

지난달 외국인투자자들이 국내 증권시장에서 54조원 넘게 팔아치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한은이 관련 통계를 집계한 이래 역대 최대치다. 중동 전쟁에 따른 불확실성 가중으로 주가가 급등락한 가운데 투자자들이 투자금을 회수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한국은행이 9일 발표한 '2026년 3월 이후 국제금융·외환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외국인의 국내 증권투자자금은 365억5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이는 전월(77억6000만달러 순유출)에 이어 두 달 연속 순유출로 한은이 통계를 집계한 이후 월 순유출 규모로는 역대 최대치다. 유출액을 원화로 환산하면 54조3330억원(3월 평균 환율 1486.54원)에 이른다.

종류 별로 살펴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외국인 자금 297억8000만달러가 빠져나갔다. 이는 전월(순유출 135억달러) 대비 2배 이상 급증한 것으로, 이 역시 역대 최대 규모다. 코스피지수 상승에 차익실현 매도가 이어진 데다 중동 사태로 위험회피심리가 가세하면서 순유출 규모가 확대됐다는 것이 분석이다. 주식자금은 올들어 꾸준히 빠져나가고 있다.

채권자금도 국고채 만기상환 이슈와 낮은 차익거래유인 등으로 인한 재투자 부진으로 67억7000만달러 순유출을 기록했다. 임준혁 한은 국제국 자본이동분석팀 과장은 "채권의 경우 기본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면 유출로 잡힌다"면서 "국고채는 매 분기말 만기 도래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해당 자금을 재투자해야 하는데 지난달은 차익거래유인(3개월물 일평균 기준 1bp)이 낮아 투자자들이 바로 재투자하기보다 관망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난달은 중동 사태 영향권 속 환율 상승 흐름이 뚜렷했다. 2월 말 1439.7원이던 원·달러환율은 이달 7일 기준 1504.2원으로 올랐다. 한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동사태 장기화에 따른 국제유가 상승과 외국인의 대규모 국내 주식 순매도 영향 등으로 상당폭 상승하다 미·이란 종전 기대 부각 등으로 상승폭이 축소된 상태"라고 평가했다.

원ㆍ엔환율과 원ㆍ위안환율 역시 상승했다. 100엔 당 원화가치는 2월 말 923.45원에서 이달 7일 941.48원으로 상승했다. 같은 기간 원·위안도 209.94원에서 218.65원으로 올랐다. 3월 중 원·달러 변동폭은 11.4%로 전월(8.4%)보다 전월보다 커졌다. 변동률도 0.76%로 직전월(0.58%)보다 확대됐다.

대외 외화차입여건은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에도 불구하고 대체로 안정적인 수준으로 평가됐다. 단기 대외차입 가산금리는 12bp(1bp=0.01%p)로 전월보다 소폭 상승했다. 반면 중장기 대외차입 가산금리는 37bp로 전월(46bp)과 비교해 소폭 상승했다. 우리나라 대외 신인도를 보여주는 외평채 CDS프리미엄(외국환평형기금채권, 5년물)은 30bp로 전월대비 8bp 상승했다.

한편 한은은 중동 사태가 끝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외국인들의 투자 흐름을 더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 과장은 "최근 전쟁 이슈에 따라 국내 시장의 불확실성도 높아져 현재로는 외국인 투자자금의 향후 방향에 대해 판단하기가 어렵다"면서 "당분간은 변동성 높은 상황이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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