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ESG 공시 의무화' 법 발의…잘하면 분담금 깎고, 거짓 공시엔 처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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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덕 의원 대표발의…사업보고서 법정공시로 직행
시행 첫 3년 과징금·벌칙 미적용 '세이프하버'
공시기준 제정 민간 위탁…금감원 분담금 8% 이내 지원
금융위 '거래소 공시→법정공시 전환' 로드맵과 차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모습. (사진=민병덕 의원실)

기업의 환경·사회·지배구조(ESG)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의무 기재하는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거래소 자율공시 단계를 건너뛰고 처음부터 법정공시 체계를 세우되, 시행 초기 3년간은 과징금·벌칙을 적용하지 않는 '세이프하버'로 충격을 흡수하는 구조다. 금융위원회가 최근 발표한 로드맵 초안이 '거래소 공시 우선 도입 후 법정공시 전환'을 제시한 것과 차이가 있어 4월 최종 로드맵 확정을 앞두고 국회와 금융당국 간 조율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8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이자 국회ESG포럼 공동대표인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자본시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개정안은 '회사의 지속가능성에 관한 사항'을 신설해 사업보고서 의무기재 항목으로 못 박았다. 사업보고서 법정공시는 허위 기재 시 과징금·형사처벌이 따른다. 거래소 자율공시는 위반해도 벌점이나 소액 제재금에 그친다. 다만 부담을 고려해 반기·분기보고서에는 기재하지 않도록 해 의무는 연 1회로 제한했다.

금융위 초안이 거래소 공시로 시작해 법정공시로 전환하는 단계론이라면, 민 의원안은 처음부터 법정공시 체계를 세우되 부칙에 세이프하버를 둬 완충했다. 의무 부담 첫 3개 사업연도 동안에는 과징금과 벌칙을 적용하지 않고, 손해배상 책임도 고의·중과실인 경우를 제외하면 묻지 않는다. 적응 시간은 보장하면서도 구속력은 처음부터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민 의원은 "사업보고서 외 별도 채널을 활용하면 재무정보와의 연계성 약화, 공시 책임·인증 체계의 불명확성, 국제 투자자의 정보 활용도 저하라는 구조적 한계가 발생할 수 있다"며 "거래소 공시는 어디까지나 법정공시 전환을 위한 예외적·부차적 수단에 한정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법정공시 직행 카드의 배경에는 국제 정합성 문제도 깔려 있다. EU는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에 따라 ESG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의무공시하고 있고, 일본·영국·호주 등도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 기준을 반영한 법정공시를 도입했다. 우리 기업이 국제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면 '동등성(equivalence)'을 인정받지 못해 같은 정보를 두 번 공시해야 하는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금융위가 증권선물위원회 심의를 거쳐 공시기준을 제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통일성·객관성을 확보하고 국제 기준과의 합치를 고려하도록 했으며, 전문성을 갖춘 민간 법인·단체에 제정 업무를 위탁할 수 있는 길도 열었다. 위탁받은 '지속가능성 공시기준 제정기관'에는 금융감독원이 징수하는 분담금의 8% 이내에서 재정을 지원할 수 있다. EU의 EFRAG, 일본의 SSBJ처럼 민간 기준제정기구를 두는 흐름을 반영한 설계다.

법안 조문 외에 후속 시행령·제도 개편 과제로 추진될 인센티브 패키지도 함께 제시된다. 발행분담금 50% 감면, '지속가능성 공시 성실법인' 지정에 따른 제재 감경, 은행 리스크 평가·BIS 기준 우대 세 가지다. 반대로 불성실 공시 기업에는 대출 심사를 강화하고, 고의적 허위 공시에는 과징금·형사처벌이 따른다. 민 의원은 "공시를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자본시장 접근성과 직결된 요소로 인식하게 만드는 실질적 유인책"이라고 설명했다.

적용 대상도 쟁점이다. 개정안은 의무 대상을 '자산총액 등을 고려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법인'으로 시행령에 위임했다. 민 의원은 자산 10조원 이상 약 100개사부터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반면 금융위 초안은 자산 30조원 이상 약 58개사만 대상이다. 부칙은 공포 후 6개월이 지난 날부터 시행하고, 시행일이 속한 사업연도의 다음 사업연도 사업보고서부터 적용해 사실상 2028년(회계연도 2027년) 첫 공시가 유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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