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파견 소송 리스크 해소…원청 안전관리 통제 강화
하청노조 반발 “정규직 전환 후에도 구조적 차별 유지돼”
인건비 증가·노노 갈등 등 경영 부담 가중 불가피

포스코가 협력사 직원 7000명을 직고용하는 결단을 내렸다. 산업 현장에서 지속 반복되는 ‘위험의 외주화’ 고리를 끊고 원청의 안전 책임을 강화하는 상징적 조치로 평가되지만, 원·하청 간 차별 구조를 근본적으로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는 노조 반발과 맞물리며 갈등의 불씨도 남겼다. 비용 부담과 노노(勞勞) 갈등 등 후속 과제도 적지 않다.
포스코는 8일 포항·광양 제철소에서 조업을 지원하는 협력사 직원 7000명을 직접 고용하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제철소는 대규모 설비가 24시간 가동되고 공정 간 연계성이 높은 특성상 원·하청 구조를 기반으로 운영돼 왔으나, 조업과 직접 연관된 지원업무를 수행하는 현장 인력을 중심으로 대거 직고용 전환에 나선 것이다.
2011년부터 이어온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도 사실상 일단락 수순에 들어갔다. 2022년 7월 대법원이 포스코의 불법파견을 인정한 이후 이어진 소송에서도 노동자 측이 연이어 승소하며 법적 리스크가 확대된 데다 지난달 시행된 ‘노란봉투법(개정 노동조합법 2·3조)’에 따라 하청 노조의 교섭 압박이 커지면서 포스코가 선제 대응에 나섰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번 결정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실현의 선언적 의미로도 읽힌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원청의 안전관리 책임이 강화된 가운데 지난해 산업 재해가 잇따르면서 안전체계를 직접적으로 통제할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직고용을 통해 ‘위험의 외주화’ 구조를 끊고 지역사회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한다는 의지가 반영됐다. 포스코 관계자는 “협력사 직원 직고용을 통해 산업현장의 안전체계를 혁신하고, 상생의 노사 모델을 바탕으로 미래 철강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직고용을 둘러싼 노사 간 인식 차이는 뚜렷하다. 전국금속노동조합 소속 포스코 하청 노조 등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근로자지위 확인 소송 당사자와 어떠한 합의나 협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추진된 것”이라며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 불법파견 문제를 축소·왜곡하려는 기만적 행위”라고 비판했다.
노조는 2022년 대법원 판결로 직고용된 사내하청 노동자들이 기존 정규직과 분리된 별도 직군으로 편입돼 임금과 승진 등에서 구조적 차별이 유지돼 왔다고 주장했다. 이번 조치 역시 1차 협력사 일부만을 대상으로 하고 2·3차 하청과 일부 용역·자회사 노동자를 배제한 ‘부분적 정리’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며 전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나섰다.
직고용에 따른 비용 부담도 불가피하다. 포스코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임원을 제외한 직원의 평균 급여는 1억1600만원 수준이다. 7000명이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될 경우 단순 계산으로 연간 7000억원의 인건비를 부담해야 한다. 복리후생 등 간접 비용까지 포함하면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노노 갈등 가능성도 변수다. 신규 전환 인력과의 처우 형평성 문제뿐만 아니라 직고용 대상에서 제외된 협력사에서는 인력 유출이 발생하며 산업 생태계 전반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지 않으면 중대재해 발생 시 원청 사업자가 중처법에 따라 처벌을 받고, 안전관리 체계를 구축하면 노란봉투법에 따라 실질적 사용자로 인정된다”며 “하청 구조를 없애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기 때문에 결국 원청은 두 규제 사이에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