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캐릭터'로 운을 띄워볼까요. 100년 넘게 장수하는 슈퍼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월트 디즈니, 매년 치열한 캐릭터 인기 투표를 벌이는 산리오, 전 세계적인 팬덤을 거느린 포켓몬스터 등 머릿속에 떠오르는 캐릭터가 각기 다를 겁니다.
최근에는 이런 대기업 캐릭터(?)들과 다른 방식으로 주목받는 캐릭터들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특정 애니메이션이나 게임 속 주인공이 아니고요. 캐릭터 전문 기업에서 탄생하지도 않았습니다. 이들의 출발점은 인스타그램과 X(옛 트위터) 같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라는 점이 특별한데요. 특히 밈(meme)처럼 사용되며 알고리즘을 타고 인지도를 탄탄히 다져 더욱 눈길을 끕니다.
이른바 '대기업 캐릭터'에 비해 인기가 뒤처진다고 생각한다면 오산입니다. 핫플레이스에서 팝업스토어를 개최하고, 관련 상품은 출시 당일 '오픈런'을 해도 구하기 어렵다는 말이 나올 만큼 높은 수요를 보이는데요. 개인 일러스트레이터가 직접 키워낸, 이른바 '인디 캐릭터'가 기존 캐릭터 시장의 흐름을 바꾸는 새로운 축으로 떠오른 요즘입니다.

요즘 SNS를 보다 보면 한 번쯤 마주치는 캐릭터들이 있습니다. 별다른 설명도 없는데 자꾸 눈에 밟히고, 어느 순간 저장까지 하게 되는 이미지들인데요. 짤쓸사람 작가의 '가나디'가 대표적입니다.
가나디는 흰색 강아지 캐릭터인데요. 대충 그린 듯 투박한 그림체, 웃음을 자아내는 상황 표현이 특징입니다. "나 안아…" 이미지로도 잘 알려져 있는데요. "듀아아" 우는 이미지 역시 높은 인지도를 자랑하죠.
가나디는 복잡한 설명 없이도 상황에 맞는 표현, 귀여운 얼굴 뒤 드러나는 광기(?)로 웃음과 공감을 사면서 인지도를 쌓았습니다. 인기에 힘입어 카카오 이모티콘으로도 출시됐는데요. 3일 기준 총 8개 버전 가운데 무려 7개가 카카오 이모티콘샵 100위 안에 이름을 올리고 있습니다. 뷰티와 패션, 식음료(F&B) 다수 브랜드·기업과 손잡고 협업 상품도 출시했죠. 최근에는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의 컬래버레이션(콜라보)를 통해 스트레스볼 키링, 응원 배트, 메쉬 타월, 인형 머리띠 등을 선보였습니다.
가나디는 일본에도 매력이 알려지면서 일본 계정도 생성, 팝업스토어를 여는 등 현지 진출에도 나섰는데요. SNS에서 출발해 이름을 알린 캐릭터는 가나디가 처음은 아닙니다.
최고심 작가의 브랜드 '최고심' 역시 삐뚤빼뚤 귀여운 그림체와 "나는 짱이다"라고 외치는 등 당당한 모습으로 젊은 세대 사이 이목을 끌었고요. 유랑 작가의 '망그러진 곰'도 '하찮은 귀여움'으로 카카오톡 이모티콘에서 큰 인기를 끈 걸 시작으로 젊은 세대의 사랑을 받아왔습니다.
이들 캐릭터엔 작가 개인의 그림과 짧은 문구에서 시작해 SNS를 통해 확산했다는 공통점이 있는데요. 인기를 얻은 방식도 남달랐습니다. 짧은 문구와 직관적인 표정만으로 감정이나 상황을 전달할 수 있어 SNS에서 '밈'으로 활용하기 간편했는데요. 네티즌들이 반복적으로 사용하고 공유하면서 인지도를 쌓을 수 있었죠. 탄탄한 세계관만큼이나 가볍고 즉각적인 공감이 큰 힘을 발휘하는 지금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이들 캐릭터의 성장을 뒷받침한 셈입니다.

여기에 최근 치고 올라오는 캐릭터들도 있습니다. '원숭이' 캐릭터들이 주인공인데요. 아기 원숭이를 연상케 하는 몬치치, 일본 스트리트 브랜드 베이프의 베이비 마일로가 상당한 인기를 끌고 있지만, '라이징 스타'들도 빠질 수 없죠.
지난달 편의점 CU는 그릭요거트 브랜드 요즘에 3종의 랜덤 감자숭이 히퍼 피규어를 동봉한 '핑루 그릭 블루베리맛'을 출시했습니다. 감자숭이는 일러스트레이터 핑루 작가의 대표 캐릭터인데요. 동글동글한 생김새가 특징입니다. 스마트폰이나 모니터에 착 붙일 수 있는 깜찍한 감자숭이 히퍼는 출시 전부터 SNS에서 입소문을 탔죠.
일부 수량은 포켓CU 예약을 통해 주문을 받았는데요. 피켓팅(피 튀기는 티켓팅)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구하기가 쉽지 않다 보니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예약받지 않는 편의점 지점 물류 들어오는 시간을 노려라' 등 네티즌들의 '꿀팁'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2일 CU 공식 인스타그램에 게재된 재입고 안내에는 "상시 판매 해달라"는 팬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죠.
그런가 하면 히나쿠우 작가는 지난해 12월 롯데월드와 콜라보해 대표 캐릭터 쿠숭이 관련 상품 4종을 선보였는데요. 교복 쿠숭이 키링과 쿠숭이 크로스백, 백팩, 귀마개 등은 롯데월드에서만 판매되면서 중고거래 플랫폼에서 웃돈이 붙어 거래되기도 했죠.
한정 상품, 랜덤 요소가 결합된 구성, 그리고 이를 인증하고 공유하는 SNS 문화가 맞물리면서 캐릭터 소비 자체가 하나의 '경험'으로 확장된 모습인데요. 기존 대형 캐릭터 상품이 안정적인 공급과 접근성을 기반으로 소비됐다면, 인디 캐릭터 굿즈는 남다른 개성과 희소성에 인기 기반을 둔 모습입니다.

인디 캐릭터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체급도 키우고 있습니다. 초기 SNS 기반의 소규모 팬덤 활동에 머물렀던 1인 창작 IP들이 전문 에이전시와의 결합을 통해 무대를 대폭 확장 중이죠.
가나디만 보더라도 콘텐츠 전문 기업 HNF가 에이전트를 맡으면서 활동 지평을 전방위적으로 넓혔습니다. 유통 채널 확대와 함께 다양한 상품이 출시됐고, 마니아층 사이 인기를 끄는 캐릭터가 아닌 대중적인 캐릭터로 자리 잡았습니다.
인디 캐릭터들은 문구류 상품을 넘어 삶의 전 영역으로 침투 중입니다. 핫플레이스 팝업스토어 앞 '오픈런'과 사전 예약 대란은 이들 캐릭터가 가진 강력한 집객력을 증명하는데요. 제조·유통 일괄(SPA) 브랜드나 정보기술(IT) 기업과의 협업은 캐릭터가 단순한 장식을 넘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 가치관을 대변하는 역할도 수행한다는 점을 방증하죠.
명확한 세계관이나 역사보다는 공감대와 개성이 캐릭터 흥행을 가르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동하는 요즘인데요. 다음으로 네티즌들이 고개를 끄덕일 캐릭터는 무엇일지, 또 어떤 콜라보로 오픈런을 부를지 주목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