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대금 결제주기 단축 추진 본격화…증권업계 반응은 '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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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자본시장 정상화를 위해 주식 결제주기 단축(T+1)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인프라 비용 부담과 운영 리스크를 우려하는 증권업계는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이미지=구글 노트북 LM)

정부가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주식 대금 결제주기 단축(T+1) 카드를 꺼내 들었으나, 인프라 비용 부담과 운영 리스크를 우려하는 증권업계는 난처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6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8일 이재명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자본시장 안정과 정상화 간담회'를 주재하며 주식 거래 후 결제는 2 영업일 후 이뤄지는 현행 시스템에 의문을 제기했다.

이에 정은보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유럽에서 내년 10월부터 T+1일 변경을 추진하고 있는데, 우리 증시도 보조를 맞추기 위해 결제 주기 단축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거래일(T)로부터 이틀 뒤 결제가 완료되던 기존 T+2 방식을 하루 앞당겨 자본 유동성을 조기에 확보하고 미결제 위험을 최소화하겠다는 취지다. 당국은 글로벌 표준에 부합하는 시스템 구축을 통해 시장 투명성을 제고하고 국내 증시의 저평가 현상인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강한 드라이브에도 증권업계의 반응은 싸늘하다. 특히 현장과의 충분한 사전 논의 없이 결제주기 단축이 일방적인 통보식으로 추진되고 있다는 점에 대해 증권사들은 정책 집행 과정에서의 소통 부재와 현장 괴리감을 지적하고 있다.

증권업계가 가장 우려하는 대목은 인프라 구축에 따른 막대한 비용과 인력 부담이다. 결제주기를 단축하려면 거래소, 예탁결제원 뿐만 아니라 개별 증권사의 전산 시스템을 한꺼번에 개편해야 하는데, 이는 대형 증권사조차 부담스러운 작업이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대형사도 현실적으로 준비가 쉽지 않은 상황에서 중소형사는 예산과 인력 문제로 인해 사실상 대응이 불가능한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결제 실패에 따른 운영 리스크 확대도 핵심 쟁점이다. 시차와 환전 업무가 수반되는 외국인 투자자의 경우 결제 처리 시간이 하루로 줄어들면 불이행 사고가 빈번해질 수 있으며, 이에 따른 법적 책임과 비판을 증권사가 고스란히 떠안게 될 것이라는 공포가 업계 전반에 깔려 있다.

해외의 경우 미국이 지난해 5월 전격 도입한 이후 인도, 캐나다, 멕시코 등이 전환을 완료했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비슷한 조건의 일본은 과거 T+3에서 T+2로 전환하는 데만 약 5년의 준비 기간을 거쳤으며, 현재도 시차와 환전 문제를 이유로 추가 단축에는 유보적인 입장이다. 호주 또한 현재 진행 중인 청산·결제 시스템 교체 사업이 완료되는 2026년 이후에나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유럽연합(EU)과 영국 역시 오는 2027년 동시 전환을 목표로 긴 호흡의 준비 과정을 거치며 속도를 조절하는 등 각국의 상황에 맞춰 속도를 조절하고 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하루 정도 결제일을 앞당기는 것이 효율성 측면에서는 좋을 수 있으나, 이는 결국 안정성의 문제와 직결된다"며 "정부가 유리한 것만 미국과 맞추려 하지 말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해 충분한 시스템 개발 시간과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최훈 한국거래소 청산결제부장은 "결제주기 단축과 관련해 현재 방향을 잡아가는 중으로 아직 확정된 건 없다"며 "유럽 등 타국 전환 상황을 보며 개선 과제 등 점검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결제주기 단축 워킹그룹에 증권사들도 포함되어 있어 논의를 함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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