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계 차이·주차장법 등 실무적 한계 여전
문재인 정부 당시 '호텔 개조' 정책 재현 우려

정부가 전세 시장 안정을 위해 도심 내 공실 상가와 오피스를 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하는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설계 구조와 주차 기준 등 근본적인 제약이 여전해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된다. 2020년 '호텔 리모델링' 정책 실패를 되풀이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2일 국토교통부는 올해 '비주택(상가·업무·숙박시설 등) 리모델링 매입임대주택' 2000가구를 확보하기 위해 3일부터 1차 매입 공고를 실시한다고 밝혔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건물을 선매입해 직접 리모델링하거나 민간이 리모델링한 건물을 매입하는 '투트랙' 방식이다. 정부는 역세권과 대학가 등 입지를 중심으로 청년·신혼부부에게 공급할 계획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상업용 건물을 주거용으로 전환하는 데 따른 구조적 한계를 먼저 지적한다. 상가는 주거를 전제로 설계된 건물이 아니기 때문에 주차장, 소방, 채광·환기 등 기본 기준이 주택과 크게 다르다. 특히 지하상가나 창이 없는 오피스는 채광과 환기 요건을 충족하기 어려워 사실상 전환이 불가능하고 배관 구조와 층고 문제까지 겹치며 공사 비용이 급증할 수밖에 없다.
'주차장법'도 발목을 잡는다. 기존 상가는 주차 기준이 낮지만, 주택은 가구 수만큼 주차 면수를 확보해야 한다. 최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는 "상가는 보통 150~200㎡당 주차 1대꼴로 세팅돼 지어지는데, 1가구 1주차를 확보해야 하는 주택 기준에 맞게 주차 공간을 늘리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며 "내부 구조는 바꿀 수 있어도 주차 공간 자체를 늘릴 수 없는 상황이라 매우 열악한 주거 환경이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LH가 사서 배급한다고 해도 재정 투입 대비 물량이 얼마나 되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같은 상황은 2020년 11월 문재인 정부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발표했던 '호텔 리모델링' 정책을 떠올리게 한다. 정부는 당시 빈 호텔과 상가를 개조해 1만3000가구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공급 확대를 위해 오피스·상가 등을 장기공공임대주택으로 전환할 때 적용하던 주택건설기준 특례와 주차장 증설 면제 범위를 공공지원민간임대주택까지 확대하는 등 규제 완화도 병행했지만, 시장 수요와의 괴리를 넘어서지는 못했다.
입지 문제도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역세권 중심 공급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장기 공실 상가는 상권이 쇠퇴했거나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에 몰려 있는 경우가 많다. 반대로 수요가 높은 핵심 지역은 공실률이 낮고 매입 단가가 높아 공공이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공급이 비선호 지역에 집중되는 구조가 형성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정책이 전세 시장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분명하다고 본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전세난 해결에는 대출 규제와 임대사업자 규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어 상가를 개조한다고 해도 큰 도움은 되지 않는다"며 "물에다가 잉크 한 방울 떨어뜨린다고 해서 그 색이 완전히 변하기는 어려운 것과 같다"고 비유했다. 이어 "지금 전·월세 가격을 올리는 것은 3~4인 가족의 학군 및 직장 수요인데, 상가 주택은 이런 핵심 수요를 분산시키기 어렵다"며 "일정 부분 공급에는 기여할 수 있겠으나 시장의 불안을 잠재우는 데는 한계가 있는 정책"이라고 진단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