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글로벌 위협 장기화 가능성 경고
군사 리스크 넘어 가격 변수…통행료 카드 부상

미국은 그동안 중동 해상로 안보를 사실상 보장하는 ‘최종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최근 전쟁 수행과 해상 통로 관리 책임을 분리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자국의 군사 개입을 축소하면서 에너지 수송로 안정은 각국이 부담하라고 압박하는 모양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 게시물에서 호르무즈의 실질적 봉쇄로 에너지 공급을 확보할 수 없는 국가들을 향해 “필요한 석유는 스스로 확보하라(Go get your own oil!)”며 사실상 부담을 동맹에 전가하는 메시지를 내놨다.
특히 그는 호르무즈 해협 재개방 문제와 관련해 동맹국들이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관계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 및 기타 동맹국들에 대해 분노를 드러내고 있다. 전쟁이 길어지는 상황에서 일부 파트너들이 전쟁을 결정적으로 종식시키기 위해 충분한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전문가들은 세계 원유 물동량의 핵심 관문인 호르무즈해협의 안전한 항행이 신속히 재개되지 않을 경우 이란이 글로벌 교역을 위협하는 상황이 장기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과 동맹국이 협상을 통해 해법을 도출하거나 군사적으로 사태를 종결짓지 않는 한 불확실성이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이란 전문가인 수전 말로니 브루킹스연구소 부소장은 “호르무즈 해협이 정상화되기 전에 군사 작전을 종료하겠다는 것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무책임하다”면서 “미국과 이스라엘이 함께 전쟁을 시작한 이상 그 여파에 대한 대응에서 손을 뗄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에너지 시장은 본질적으로 글로벌하게 연결돼 있어 이러한 충격에서 미국만 분리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해협 문제가 단순한 군사 리스크를 넘어 비용 변수로 변화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특히 최근 이란 의회 국가안보위원회가 해협 통과 선박에 통행료 규정을 적용하는 내용의 신규 관리 계획안을 승인하면서 관련 논의가 본격화하고 있다.
이는 이란이 해협 통제권을 협상 카드이자 재정 수단으로 활용하겠다는 신호로 해석된다. 전쟁이 종료되더라도 해협을 완전히 개방하기보다 조건부 통행이나 비용 부과를 통해 영향력을 유지하려는 전략이다.
문제는 이러한 부담이 특정 지역에 집중된다는 점이다. 미국은 호르무즈해협을 통해 공급되는 중동산 의존도가 낮아 해협 리스크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 반면 한국과 중국, 일본, 동남아시아 각국은 중동산 원유 의존도가 높아 직접적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호르무즈를 통과한 원유의 약 89%가 아시아로 향한다. 국가별로는 중국이 약 40%, 한국은 12%에 이른다. 반면 미국은 3%도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