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그니스, 식품주 한파 뚫을까…핵심은 '브랜드 디벨로퍼' [IPO 엑스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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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국내 IPO 시장 문턱이 갈수록 높아지는 추세다. 과거처럼 ‘성장성’만으로 시장 선택을 받던 시대는 지났다. 투자자들은 이제 기술적 실체와 지속 가능한 재무 기반을 냉정하게 살핀다. 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들은 거시경제 불확실성 속에 실적과 성과를 입증해야 하는 시험대에 섰다. 본지는 상장을 앞둔 기업의 기술 경쟁력과 재무 건전성을 다각도로 점검하고, 실제 기관투자가들이 수요예측 과정에서 주목하는 핵심 리스크를 짚는다.

이그니스가 지난해 흑자전환에 성공하며 기업공개(IPO) 채비를 본격화했다. 단순 식품회사를 넘어 브랜드와 기술, 지식재산권(IP)을 결합해 사업을 키운 기업이라는 점에서 상장 과정에서 어떤 기준으로 기업가치를 인정받을지가 핵심 관전 포인트로 떠오른다.

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그니스는 최근 실적 개선 흐름을 바탕으로 IPO 준비를 본격화할 계획이다. 이그니스는 2024년 하나증권을 상장 대표 주관사로 선정한 뒤 상장 준비를 이어왔다.

시장 관심은 이그니스의 기업가치 산정 방식에 쏠린다. 이그니스를 단순 식품 제조업체가 아니라 자체 지식재산권(IP)과 기술력을 기반으로 브랜드를 기획·확장하는 ‘브랜드 디벨로퍼’로 볼 수 있느냐가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출발점이 될 수 있어서다. 업계에서는 이그니스가 식품을 넘어 뷰티와 라이프스타일 영역까지 브랜드를 확장하고 있다는 점에서 일반적인 F&B 기업과는 다른 평가 잣대를 적용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특히 2024년 선보인 뷰티 브랜드 ‘브레이(BRAYE)’는 사업 확장성을 보여주는 사례로 거론된다. 일본 진출 이후 현지 시장에서 반응을 얻으면서 식품 외 카테고리에서도 브랜드 경쟁력을 입증할 수 있다는 기대를 키웠다는 평가다.

기존 주력 사업은 실적의 기반 역할을 하고 있다. 단백질 간편식 브랜드 ‘랩노쉬’와 닭가슴살 브랜드 ‘한끼통살’은 온·오프라인에서 안정적인 매출 기반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한끼통살은 온라인 시장에서 약 30% 점유율을 확보하며 캐시카우 역할을 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기술 경쟁력도 차별화 요소로 꼽힌다. 이그니스는 2022년 독일 금속 음료용 캔 재밀봉 마개 제조 기업 엑솔루션을 인수했다. 이를 통해 캔 음료를 다시 밀봉할 수 있는 개폐형 마개 기술 ‘XO-Lid’를 확보했다. 이 기술은 음료를 열고 닫을 수 있어 탄산 보존력을 높이고 내용물 유출을 줄일 수 있는 게 특징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차별화 포인트로 거론되며 해외 협업 가능성을 넓히는 요소로 평가된다. 실제 세계 최대 맥주 회사인 AB인베브를 비롯해 몬스터에너지, 펩시 등 글로벌 주류·음료 기업들이 해당 마개를 도입했고, 이그니스 자체 음료 브랜드 클룹(CLOOP)에도 이 마개를 적용하고 있다.

실적도 상장 추진에 힘을 싣고 있다. 이그니스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1932억원, 영업이익 62억원을 기록하며 역대 최대 실적 기록과 함께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실적 반등 기점이 된 2021년 매출 146억원과 비교하면 13배 수준으로 성장한 수치로, 외형이 빠르게 커졌다. 최근 4년간 연평균 성장률(CAGR)은 91%에 달한다. 과거 공격적인 마케팅과 인프라 투자로 인한 수익성 부담에서 벗어나면서 상장 적격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나온다.

다만 과제도 있다. 더본코리아 등 최근 상장한 식음료(F&B) 기업들 주가 흐름이 기대에 못 미쳤다는 점과 소비 경기 둔화 국면에서 실적 성장세를 얼마나 이어갈 수 있느냐는 시장이 들여다보는 지점이다. 신규 브랜드의 안착 여부와 해외 매출 확대, 기술 기반 사업의 수익화가 향후 기업가치의 지속성을 가르는 변수가 될 전망이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웰니스 시장 성장과 K-브랜드 확장 흐름 속에서 이그니스가 ‘브랜드 디벨로퍼’라는 정체성을 자본시장에서 얼마나 설득력 있게 입증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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