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넘어선 '밸류 크리에이션'…그로쓰 바이아웃 정석
"좋은 기업보다 바꿀 수 있는 기업"…차별화된 투자 기준
투자 전부터 관계 형성…AGS로 키우고 인수로 연결

국내 사모펀드(PEF) 시장에서 ‘성장 투자'를 표방하는 아크앤파트너스가 차별화된 투자 방식으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단순한 지분 투자나 재무적 접근을 넘어, 투자 전부터 기업과 관계를 쌓고 인수 이후 실질적인 변화를 만들어내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최근 국내 PE 시장은 금리 상승과 자금조달 환경 악화로 인해 '레버리지 기반 수익 창출' 전략이 점차 한계를 드러냈다. 이 과정에서 단순한 재무적 투자보다는 기업의 체질 개선과 성장 전략 실행을 통해 가치를 끌어올리는 방식이 대안으로 부상했다. 아크앤파트너스는 이런 흐름 속에서 '그로쓰 바이아웃(Growth Buyout)' 방식을 내세우며 차별화된 포지셔닝을 구축해왔다.
글로벌 투자은행(IB)과 대형 PEF운용사(PE), 벤처캐피털(VC) 등 다양한 배경을 가진 90년대생 운용역들을 중심으로 한 수평적 조직문화 역시 이러한 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요소로 꼽힌다. 딜을 성사시키는 데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투자 이후 기업의 성장까지 직접 설계하는 투자자’라는 점에서 기존 PE들과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아크앤파트너스 운용역들이 공통으로 강조하는 지점은 '거래 자체'보다 '거래 이후'다. 글로벌 IB에서 출발한 인력들이 다수지만, 커리어 전환의 이유 역시 명확하다. 거래의 완결성이 아닌, 기업의 변화 과정에 직접 관여하고자 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출신 홍승균 이사는 "회사를 숫자와 데이터로 이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회사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그림을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변화가 있어야 하는지를 판단하고, 이러한 그림을 창업자 및 경영진과의 호흡을 통해 직접 현실로 만들어나가는 아크의 전략이 매력적이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모건스탠리 출신 이한주 부장은 “IB에서는 좋은 거래를 성사시키는 것이 일의 완결이라면, PE에서는 인수 이후가 오히려 시작"이라며 "숫자 자체보다 왜 그런 숫자가 나오는지, 그 숫자가 어떤 고객 행동과 비용 구조 위에서 만들어지는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좋아 보이는 회사보다 설명되는 회사를 선호한다"며 투자 판단의 기준을 명확히 했다.
과거 JP모건에서 아크앤파트너스의 매각 자문 업무를 수행하며 연을 쌓고, 아크앤파트너스로 자리를 옮긴 정진택 부장 역시 "IB에서 다양한 거래를 경험하며 성장했지만, 투자와 포트폴리오 관리, 회수까지 전 과정을 주도해보고 싶다는 갈증이 있었다"며 "PE에서는 단순 자문이 아니라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 있고, 아크앤파트너스가 그것을 제일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하우스라는 점이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 아크앤파트너스에 합류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출신 이수진 부장은 "라지캡(대기업) 바이아웃은 이미 검증된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만큼 딜 자체가 경쟁이 치열하고, 진입부터 회수까지 여백이 좁다"며 "펀드가 경영권을 보유하고 제대로 개입하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곳들이 많다. 아크앤파트너스가 그 전략을 처음부터 설계한 하우스고, 그 확신을 가지고 합류했다"고 설명했다.
이런 인식은 투자 프로세스 전반에도 반영된다. 투자 검토 단계에서 단순히 재무 지표를 분석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해당 기업의 사업 모델이 실제로 지속 가능한지, 성장 전략이 실행 가능한지, 그리고 투자 이후 어떤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동시에 점검한다.
운용역들은 "투자 전 가설이 맞으려면 어떤 조건이 충족돼야 하는지를 먼저 보고, 그 조건 중 실제로 검증된 것과 가정에 머물러 있는 것을 구분하는 작업이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는 단순히 ‘좋아 보이는 스토리’에 투자하기보다, 실제 실행 가능한 성장 경로를 중심으로 투자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아크앤파트너스의 또 다른 강점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인력들이 만들어내는 ‘집단지성’이다. 글로벌 IB, VC, 대형 PE, 기업 전략 조직 등 서로 다른 경험을 가진 구성원들이 하나의 딜을 두고 토론하면서 투자 논리를 다층적으로 검증한다. 같은 투자 대상이라도 출발점은 다르다. 어떤 이는 시장 구조를 먼저 보고, 어떤 이는 재무 지표를, 또 다른 이는 조직과 경영진을 먼저 본다. 하지만 논의가 진행될수록 자연스럽게 공통의 질문으로 수렴된다는 설명이다.
이수진 부장은 "직급이나 경력과 관계없이 모든 시각을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토론하는 문화가 자리 잡고 있다"며 "빠르게 결론을 내리는 것보다 불편한 질문을 끝까지 남겨두는 것이 더 좋은 의사결정을 만든다는 믿음이 있다"고 말했다.
실제 내부 회의에서는 '말을 많이 할수록 좋은 문화'가 강조된다. 주니어 역시 투자 논리나 리스크에 대해 자유롭게 문제를 제기할 수 있으며, 이러한 문제 제기가 추가 실사나 투자 가설 수정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다.
정진택 부장은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최종 결정을 내리는 것은 시니어지만, 그 과정에서 논의되는 핵심 쟁점은 대부분 실무진의 분석과 문제 제기를 기반으로 형성된다"고 설명했다. 이한주 부장도 "주니어가 결정을 좌우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적어도 논의의 방향을 만드는 데는 분명히 기여한다"며 "딜을 가장 가까이에서 보는 만큼, 핵심 질문을 정의하는 역할은 실무진이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구조는 자연스럽게 조직의 실행력으로 이어진다. 단순히 투자 여부를 판단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수 이후 어떤 전략을 실행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까지 동시에 이뤄지기 때문이다.

아크앤파트너스의 투자 전략은 특정 산업에 대한 선호보다는 ‘구조적 성장성’에 초점을 맞춘다. 디지털 전환, 인공지능(AI) 도입, 인구 구조 변화, 소비 트렌드 변화 등 장기적인 성장 동력이 존재하는지를 가장 먼저 확인한다. 예컨대 생활 서비스 플랫폼 '숨고'는 오프라인 중심이던 시장이 디지털화되는 흐름에 주목해 투자한 사례다. 화장품 용기 업체 '창신' 역시 K-뷰티 산업 성장의 수혜를 밸류체인 관점에서 포착한 투자로 평가된다.
홍승균 이사는 "특정 산업을 정해놓고 접근하기보다, 우리가 들어가서 실제로 가치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영역이 어디인지가 더 중요하다"며 "산업의 밸류체인 상에서 성장의 구조적 수혜를 받는 지점을 찾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투자 구조 역시 특징적이다. 경영권 인수를 전제로 하지만, 소수 지분 투자를 경우에는 C레벨 인사권, 주요 의사결정 참여 등 '코컨트롤(Co-control)'을 확보한다. 다만, 일방적인 통제보다는 창업자와의 파트너십을 중시한다. 정진택 부장은 "지분율보다 중요한 것은 창업자와의 신뢰 관계"라며 "창업자가 잘하는 영역은 유지하고,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는 방식으로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든다"고 말했다.
이런 전략의 핵심에는 '아크그로스스튜디오(Ark Growth Studio·AGS)'가 있다. AGS를 통해 투자 이전 단계부터 기업과 관계를 형성하고 멘토링을 제공하면서 자연스럽게 투자 기회를 발굴하는 구조다. 숨고, 팀스파르타, 리멤버 등 주요 투자 사례가 이 과정을 거쳤다.
인수 이후에는 밸류크리에이션 조직이 포트폴리오사에 밀착해 경영진과 함께 전략을 실행한다. 투자 검토 단계부터 해당 조직이 참여해 인수 후 실행 계획을 사전에 설계하고, 인수 직후부터 곧바로 실행에 돌입하는 방식이다.
아크앤파트너스는 향후 펀드 규모 확대를 추진하면서도 이러한 전략을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홍승균 이사는 "펀드 사이즈를 키우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기존 투자 전략을 흔들림 없이 유지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며 "무리한 대형 딜 확장은 오히려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형 PE가 접근하기 어려운 미들캡(중견기업) 영역에는 여전히 성장 잠재력이 큰 기업들이 많다"며 "우리가 직접 개입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에 집중하는 전략을 지속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아크앤파트너스는 '좋은 회사를 사는 회사'가 아니라 '좋은 회사로 바꾸는 하우스’를 지향하고 있다. 거래의 성사 여부가 아니라, 인수 이후 얼마나 빠르게 기업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는지가 경쟁력이라는 인식이다. 국내 PE 시장이 단순 자본 경쟁에서 실행 경쟁으로 이동하는 가운데, 이들의 실험이 어떤 성과로 이어질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