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소·중견 상장기업들이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전환사채(CB) 물량 소각,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 등 다양한 방식으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실적과 성장 전략을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주환원 정책을 전면에 내세우는 흐름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부터 시행된 개정 상법은 회사가 취득한 자기주식을 원칙적으로 1년 내에 소각하도록 했다. 기존에 보유 중이던 자사주에도 경과조치가 적용돼, 직접 취득한 자기주식은 시행일로부터 최대 1년 6개월 내 소각하거나 주주총회 승인을 거친 보유·처분 계획을 확정해야 한다. 당초 정치권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의 경영권 방어 목적 자사주에 대한 예외 허용 방안도 거론됐지만 최종안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중소·중견 상장사들도 자사주 활용 방식과 주주환원 정책을 다시 정비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웅진씽크빅은 이달 이사회에서 자사주 소각과 현금배당, 준비금 감액을 결정하고 주주환원을 골자로 한 '밸류업 3대 패키지'를 중장기 정책으로 확정했다. 보유 자기주식의 25%인 185만 주를 소각하고 주당 85원 현금배당을 실시하기로 했다. 웅진씽크빅은 향후 AX(인공지능 전환)연구소를 중심으로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실질적인 주주환원을 강화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TYM은 지난달 11일 배당 확대 결정을 발표했다.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9403억원), 영업이익(641억원)을 바탕으로 결산배당 96억원, 주당 240원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연간 총 배당 규모는 116억원, 주당 290원이다. TYM은 지난해 총 발행주식 수의 8.1%에 해당하는 220억원 규모 자사주 소각을 결정한 바 있다.
SAMG엔터테인먼트는 3일 이사회에서 최근 콜옵션 행사로 확보한 전환사채(CB) 전환 주식 37만6206주를 전량 소각하기로 했다. 발행주식 총수의 3.83%에 해당하는 규모로, 잠재적 매물 부담을 덜고 기존 주주의 지분가치를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산돌도 지난해 44억원 규모의 자기주식 41만5145주를 모두 소각한데 이어, 최근 주주총회에서 67%의 고배당 기조를 제시했다.
이같이 중소·중견기업들이 주주총회에서 단순히 실적을 내세우는 데서 그치지 않고 주주환원 정책·기업가치 제고 메시지를 전면에 내거는 흐름은 정부 정책에 발맞춘 움직임으로 풀이된다. 개정 상법뿐 아니라 정부의 밸류업 기조와 고배당 기업에 대한 세제 유인책이 분위기를 가속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명예교수(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는 “중소기업이 자사주 소각을 한다는 것은 그만큼 자금 여유가 있다는 신호이고, 주주 가치에 투자한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며 “대기업 위주였던 주주환원 문화가 중소·중견 상장사로 확산하는 흐름은 굉장히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다만 자사주 소각 의무 강화가 중소·중견기업들의 자본 운용 자율성을 좁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시각도 존재하는 만큼, 주주가치 확대 움직임의 지속·확장 움직임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임 교수는 “자사주 소각은 자주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아닌 만큼, 지속성보다는 이런 움직임이 얼마나 확산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소각을 통해 재무 건전성과 주주가치 보호 의지를 보여주는 기업이 늘수록 투자자들의 옥석 가리기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