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부담 낮추고 금융접근성 함께 봐야"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 연체율이 4%를 넘어섰다. 카드 사태 당시와 맞먹는 수준이다. 은행 대출 문턱을 넘지 못한 취약차주가 카드대출로 몰린 뒤 상환 부담까지 키우는 흐름이 뚜렷해지면서 서민들의 '마지막 급전창구'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일반은행의 신용카드 대출금 연체율은 올해 1월 말 기준 4.1%를 기록했다. 전월(3.2%)보다 0.9%포인트(p) 뛰었고 전년동월(3.5%)과 비교해도 0.6%p 상승했다. 이는 카드사태 막바지였던 2005년 8월(3.8%)를 웃도는 수준으로 2005년 5월(5.0%) 이후 20년 8개월 만의 최고치다.
은행권 카드대출 연체율은 코로나19 이후 1%대 후반을 유지하다 2023년 2%대로 올라섰다. 지난해 3%대를 굳힌 뒤 올해 4% 선마저 넘어섰다. 고금리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은행이나 2금융권에서 자금을 구하지 못한 차주들이 카드대출로 이동한 영향이 크다.
신용카드 대출은 카드 결제 기능과 별도로 카드사가 자금을 빌려주는 신용공여를 말한다. 카드론(장기카드대출)과 현금서비스(단기카드대출), 결제성 리볼빙 등이 대표적이다. 담보 없이 비교적 빠르게 돈을 마련할 수 있어 급전이 필요한 차주들이 많이 찾지만 금리 부담이 큰 데다 상환 구조도 취약해 상환 여력이 낮은 차주가 몰릴수록 연체가 빠르게 쌓일 수밖에 없다.
실제 카드론 수요도 다시 커지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9개 카드사의 지난달 말 카드론 잔액은 42조9022억원으로 전월대비 3171억원(0.7%) 늘었다. 카드론 잔액은 1월에도 증가해 두 달 연속 불어났다. 카드론을 갚지 못해 같은 카드사에서 다시 빌리는 대환대출 잔액은 1조5399억원으로 1월 말보다 늘었고 결제성 리볼빙 이월 잔액도 6조8353억원으로 증가했다.
연체율 급등과 카드론·리볼빙 확대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것은 취약차주의 상환 여력이 그만큼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는 신호다.
문제는 이런 흐름이 일시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다. 기존 대출 창구에서 밀려난 차주들이 카드론과 리볼빙, 현금서비스 같은 단기성 카드대출에 의존할수록 상환 부담은 더 커지고 이는 다시 연체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카드 연체가 장기화하면 신용점수 하락과 추가 차입 제한으로 이어지고 이후 저축은행이나 대부업 등 더 고금리 시장으로 밀려나는 연쇄 부실 가능성도 커진다.
오태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금은 취약차주의 상환능력과 금융 접근성을 함께 봐야 할 때"라며 "상환이 어려운 차주에 대해서는 단순한 대출 축소보다 대환이나 채무조정 같은 보완책이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