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교 쉬워도 판단 더 어려워
선택권 확대 속 책임 전가

금융 소비의 중심축이 은행 창구를 떠나 플랫폼으로 이동했지만 정작 소비자들의 선택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클릭 몇 번이면 수십 개의 상품을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됐지만, 무엇을 골라야 할지 판단하는 부담은 오히려 커진 상황이다. 선택권 확대가 결정의 복잡성을 키우는 이른바 ‘플랫폼 금융의 역설’이 현실화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30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1월 도입된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는 올해 2월까지 약 14개월 동안 총 185만 건 이용된 것으로 집계됐다. 이 중 실제 계약으로 이어진 사례는 28만 건에 그쳤다. 이용자 10명 중 1.5명(약 15.1%)만이 최종 선택을 내린 셈이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토스, 핀크, 해빗팩토리 등 주요 플랫폼을 통해 여러 보험사의 상품을 한눈에 대조할 수 있다는 점에서 큰 기대를 모았으나, 이용 확산 속도에 비해 실제 계약 전환율은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특히 자동차보험의 경우 서비스 출시 이후 조회 건수가 148만6000건에 달했으나, 계약 체결은 14만 건에 머물며 전환율이 9.4% 수준에 그쳤다. 이는 플랫폼과 보험사 다이렉트(CM) 채널 간의 미세한 가격 차이와 보험료 산정의 정확성 문제가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단순 비교는 가능해졌지만 ‘어디가 나에게 정말 유리한지’에 대한 확신을 주기엔 정보의 완결성이 부족하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기존의 한계를 보완한 ‘비교·추천 서비스 2.0’ 도입을 서두르고 있다. 보험료를 보험사 앱이나 홈페이지에서 직접 가입하는 수준으로 맞추고, 정보의 정확성을 대폭 높여 플랫폼에 대한 소비자 신뢰를 회복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대출 시장에서도 유사한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금리인하요구권 자동신청 서비스’는 현재 70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시행 중이며, 상반기 중 114개사로 확대될 예정이다. 사전 등록 인원만 128만5000명에 달할 만큼 소비자의 관심은 뜨겁다.
하지만 실제 인하 효과는 제한적이다. 금리 인하 요구에 대한 금융권의 수용률은 △2023년 35.7% △2024년 33.7% △2025년 상반기 28.8%로 해마다 하락하는 추세다. 신청 창구는 넓어졌지만, 실제 혜택을 받는 문턱은 오히려 높아진 셈이다.
금융권에서는 플랫폼 금융이 상품의 ‘이동성’을 높인 대신 소비자에게 과도한 ‘판단 부담’을 지웠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과거에는 은행 창구 직원이나 보험 설계사가 복잡한 상품 구조를 설명하며 선택을 도왔지만, 이제는 소비자가 스스로 수많은 조건을 비교하고 독자적인 결정을 내려야 하는 구조로 변했기 때문이다.
특히 금융상품은 금리와 보험료 외에도 우대 조건, 수수료 구조, 보장 범위 등 다양한 변수가 결합돼 있어 단순 수치 비교만으로는 최적의 선택을 내리기 어렵다. 플랫폼에서는 주로 핵심 조건 위주로 정보가 노출되다 보니, 소비자가 세부 내용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채 가입하거나 정보 과부하로 인한 ‘비교 피로도’를 호소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플랫폼을 통해 금리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게 되면서 소비자 선택권은 분명 확대됐다”면서도 “다만 상품 구조나 우대 조건이 워낙 복잡해 실제로는 무엇이 유리한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직접 문의를 해오는 고객이 오히려 늘고 있다”고 전했다.
보험업계 역시 비슷한 분위기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플랫폼에서는 가격 중심의 단순 비교가 이뤄지다 보니 보장 범위나 특약의 세밀한 차이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며 “단순 보험료 수치만 보고 이동했다가 상품 질의 차이를 느끼고 다시 기존 채널로 돌아오는 사례도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