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도 수학 보충반 확대”…이공계 신입생 4명 중 1명 ‘기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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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수학 절반 축소·기초수학 급증…선택형 수능 이후 학력 격차 확대

▲연합뉴스 (서울대 정문)

올해 서울대 자연계열 신입생 4명 중 1명이 입학 직후 기초수학부터 다시 배우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위권 대학 합격자 집단 내부에서도 수학 기초학력 격차가 빠르게 확대되면서 ‘중위권 붕괴’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경숙 의원실이 서울대로부터 제출받은 ‘2022~2026학년도 수학 특별시험 결과’에 따르면 2026학년도 자연계열 신입생 가운데 기초수학 배정 비율은 25%(499명)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14%(297명)보다 11%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서울대는 자연과학대학·공과대학 등 이공계 신입생을 대상으로 입학 직후 수학 특별시험을 실시한 뒤 △고급수학 △정규반 △기초수학 △미적분학의 첫걸음 등 4단계로 수업을 배정한다. 기초수학은 대학 수업을 바로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을 위한 보충 과정이다.

연도별 추이를 보면 기초수학 비율은 2022학년도 12%(194명)에서 2023학년도 22%(304명)로 상승한 뒤 2024학년도 12%(270명), 2025학년도 14%(297명) 수준을 유지하다가 2026학년도 들어 다시 25%로 급증했다.

반면 상위권을 의미하는 고급수학 비율은 같은 기간 18%(293명)에서 11%(149명), 8%(159명)까지 하락한 뒤 2026학년도에는 9%(173명)에 그쳤다. 2022학년도와 비교하면 비중이 절반 수준으로 줄어든 것이다.

정규반 역시 감소세를 보였다. 2025학년도 71%(1457명)에서 2026학년도 66%(1331명)로 낮아지면서 중간층 축소가 확인됐다. 같은 서울대 합격자 집단 내에서도 상위권은 줄고 기초 보충 대상은 늘어나는 양극화 구조가 뚜렷해지고 있는 셈이다.

특히 2024학년도부터 대면시험 미응시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시험이 도입되면서 고급수학 배정은 대면시험 응시자에게만 제한되는 구조도 나타났다. 온라인 시험 응시자의 경우 대부분 정규반 또는 기초수학으로 배정되면서 상위권 분포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입시 전문가들은 이러한 변화의 주요 원인으로 선택형 수능 체제를 지목한다. 2022학년도부터 도입된 수능 구조에서는 미적분·확률과통계·기하 가운데 일부 과목만 선택해도 상위권 대학 진학이 가능하다. 과거처럼 수학 전 범위를 고르게 학습할 필요성이 약해지면서 특정 영역 중심의 학습이 일반화됐다는 설명이다.

입시업계 관계자는 “미적분 중심으로 준비해도 상위권 대학 진학이 가능해지면서 기하 등 일부 영역 학습이 약화됐다”며 “특히 공간 추론 능력을 요구하는 영역을 충분히 학습하지 않을 경우 대학 수학을 따라가기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과학탐구 대신 사회탐구를 선택하는 이른바 ‘사탐런’ 확산도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과학Ⅱ 과목이 성취도 평가로 전환된 이후 난도가 높은 과목을 기피하는 흐름이 이어지면서 수학·과학 전반의 학습 강도가 낮아졌다는 것이다.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해 서울대도 기초학력 보완에 나섰다. 공과대학은 올해부터 인공지능(AI) 튜터 기반 ‘SPLIT(Self-Paced Learning & Tutoring)’ 프로그램을 도입해 신입생 대상 맞춤형 수학·물리 보충 교육을 운영하고 있다. 진단평가를 통해 개인별 수준에 맞는 학습 경로를 제공하고, 반복 학습을 통해 대학 수학 기초를 보완하는 방식이다.

입시 단계에서 허용된 ‘선택과 집중’이 대학 단계에서는 ‘기초 재학습’으로 이어지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선택형 수능 체제가 정착될수록 상위권 내부 학력 격차와 대학의 보충 교육 부담은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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