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중동전쟁 여파로 국내 중소기업의 피해가 갈수록 확산하고 있다. 대금 지연과 거래 취소 등 수출 관련 피해 접수 건수가 300건을 넘어서고, 수입 원자재 수급 불안 등 공급망 위기까지 더해지면서 중동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6일 중소벤처기업부와 수출지원센터에 따르면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인한 국내 중소기업의 피해 접수 건수는 300건을 넘어섰다. 전쟁이 시작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1일(오후 12시 기준)까지 76건이었던 피해·애로 접수 건수는 18일 171건으로 늘었고, 25일 기준으로는 251건으로 확대됐다. 전쟁과 관련한 우려 접수 수치(75건)까지 더하면 326건에 달한다.
전쟁으로 교통·물류 인프라에 대한 물리적인 타격이 이어지고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직간접적 피해가 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실제 피해·애로 접수에선 '운송차질'이 154건(61.4%, 복수응답)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이어 계약취소·보류 88건(35.1%), 물류비 상승 86건(34.3%), 대금 미지급이 69건(27.5%), 출장 자질 55건(21.9%) 등이 뒤를 잇는다.
A 중소기업은 해운 운임 및 원재료비·임가공비 상승으로 수출 단가가 상승하면서 올해 해외에서 발주된 모든 주문이 취소됐다. 이 업체는 운영자금 부족으로 일시 휴업에 들어갔다. 식품 포장지(PE)를 제조하는 B 기업은 원자재 수급 문제로 다음달부터 공급이 어렵다는 통지를 받은 상태다. 현재 재고 물량이 많지 않아 공급 차질이 지속된다면 공장 생산을 중단해야 한다. C 기업은 중동으로 향하던 수출 물량이 호르무즈 해협 봉쇄 여파로 인근 항에 3주 넘게 묶여 있지만 한국으로 해당 물량을 반송할 경우 추가 운송비를 부담하게 돼 속수무책인 상황이다.
국내 수출 중소기업 중 대 중동 수출기업은 작년 기준 1만3859개로 전체 수출 중소기업의 14.2%를 차지한다. 수출액은 64억4800만달러(9조7000억원)로 전체 수출의 5.4% 수준으로 집계된다. 2020년 4.4%, 2023년 5.1%로 비중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이는 화장품, 중고차, 자동차 부품 수출 크게 늘어났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화장품류는 UAE를 중심으로, 중고차는 UAE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중심으로 수출 비중이 크다. 특히 화장품과 중고차는 중소기업의 수출을 견인하는 핵심 품목으로 수출 차질이 장기화하면 국내 중소기업 전체 수출에 대한 타격이 불가피하다.
신민이 중소벤처기업연구원(중기연) 부연구위원은 "국내 중소기업의 대 중동 수출 비중은 대·중견기업 대비 높은 수준"이라며 "이번 중동전쟁이 중소기업 수출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높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소기업의 나프타 수급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나프타는 플라스틱·합성섬유·합성고무 등 석유화학 전반 산업의 핵심 원료다.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중소기업 성림은 플라스틱 용기, 마개 등을 생산하는 제조기업으로 최근 중동 지역 긴장 고조로 나프타 수급에 차질을 빚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에 따른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단기 운영자금 수요가 늘어나는 등 경영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중기연이 이날 발표한 '중동전쟁이 중소기업에 미치는 영향과 시사점에 관한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기준 국내 중소기업의 중동 지역 나프타 수입 비중은 82.8%(31억6900만달러-4조7700억원)다. 한국 전체 기업의 나프타 수입 중동 비중이 60%인 점을 고려하면 중소기업의 중동 의존도는 상대적으로 더 높다. 국가별로는 쿠웨이트(32.8%)가 가장 크고, UAE(27.1%), 카타르(16.0%)로 이어진다.
알루미늄의 원료인 알루미늄 웨이스트·스크랩(6억5600만달러)과 알루미늄의 괴(비합금, 6억4700만달러) 역시 중동 수입 비중이 높다. 알루미늄 웨이스트·스크랩은 전체 수입의 11.2%를 중동 지역에서 조달하고 있다. 알루미늄의 괴도 전체 수입량의 8.8%를 중동 지역에서 들여온다. 오만(2.8%)에서 가장 많은 양을 조달한다. 오만 수출입의 주요 항로가 호르무즈 해협을 직접 통과하지는 않지만 해당 해역과 인접한 국가여서 중동 사태의 영향권 안에 있다.
이같은 수급 불안정에 나프타를 원료로 사용하는 플라스틱·화학 업종과 금속가공업 분야 중소기업들은 원자재 조달과 비용의 동시 압박이 불가피하다. 제조원가 부담이 커지면 영업이익률이 크게 낮아져 경영난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정부는 나프타 등 중동 고의존 품목에 대한 수급관리 강화에 돌입한다. 특히 나프타에 대해 27일 긴급수급조정조치(수출 통제 등)를 시행, 수출 물량의 내수 전환 촉진 등 공급 확대 방안을 마련한다. 신 부연구위원은 "중소기업의 대 중동 수출 비중 및 장기화 대응 여력을 고려할 때, 범정부 차원의 중소기업 지원방안 확대 논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