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활성화 위해 규제 명확성·기술 유연성 주문
금융위 “투자자 보호 전제로 업계 의견 반영”

토큰증권 제도화 이후 시장의 관심이 실제 제도 설계와 인프라 구축으로 옮겨가는 중이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시장 활성화와 투자자 보호를 함께 달성하려면 세부 규정을 정비하고 기술 선택의 유연성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블록체인산업진흥협회는 더불어민주당 민병덕 의원실과 함께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토큰증권 법제화 이후 자본시장의 구조 변화와 제도적 과제' 세미나를 개최하고 토큰증권 법제화 이후 하위 제도 설계 방향과 시장 안착 과제에 대해 논의했다.
개회사를 맡은 민병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토큰증권을 통해 그동안 일부 자본에만 열려 있던 자산이 더 많은 사람에게 개방되는 구조가 형성됐으며, 이는 곧 '금융 민주화'로 볼 수 있다"라며 "중요한 것은 이 제도가 현장에서 실제로 작동하도록 만드는 일로, 금융당국이 후속 제도 설계를 준비하는 만큼 국회도 제도가 선언에 그치지 않도록 필요한 입법과 정책 지원에 힘을 보태겠다"라고 말했다.
올해 2월 토큰증권 제도화의 핵심 법안인 전자증권법과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공포되면서 국내 토큰증권 법제화는 입법 단계를 넘어 시행 준비 국면에 들어섰다. 이에 따라 논의의 초점도 법안 통과 자체보다 내년 시행을 앞두고 시행령·감독규정·유통 인프라 등 후속 제도를 얼마나 촘촘하게 마련하느냐로 옮겨갔다.
주제발표에서는 후속 제도 설계의 방향을 둘러싸고 보다 구체적인 제언이 나왔다. 김병연 건국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증권법학회장)는 감독기관이 사고 예방에 지나치게 무게를 두다 보니 오히려 토큰증권 시장을 옥죄는 흐름이 나타난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상업용 부동산, 미술품, 음악 저작권 등 새롭고 혁신적인 기초자산의 등장은 자본시장법의 포괄주의 원칙에 따라 적극적인 법 해석만으로도 충분히 포섭할 수 있다"라며 "'규제를 명확하게 하는 것'과 '규제를 강화하는 것'은 분명히 다르며, 법적 요건을 갖췄다는 확신이 보장되면 우선 시장에 혁신 상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길을 열어두고 감독기관은 이를 사후 모니터링하는 형태의 최소한의 감독 관리로 나아가야 한다"라고 진단했다.
차상진 법무법인 비컴 대표변호사는 토큰증권 사업에 주로 활용되는 투자계약증권이 규제 대상으로 편입됐지만 여전히 불확실성이 크다고 짚었다. 그는 "현재 법 체계상으로는 투자계약증권을 영업으로서 원활하게 발행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 규정이 누락돼 있거나 해석상 충돌이 발생할 수 있다"라며 "가이드라인을 넘어 향후 시행령 차원에서 조문을 통해 제도를 명확히 정돈하고 규율해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한서희 법무법인 광장 변호사는 성공적인 제도 안착을 위해 구체적인 하위 법령 마련이 시급하다고 진단했다. 한 변호사는 "현재 토큰증권 발행 및 유통에 어떤 블록체인 네트워크, 즉 기반 체인을 활용할 수 있는지 시행령에 명확히 적시되지 않은 만큼 이를 확정할 필요가 있다"라며 "향후 세부 규정을 정립하는 과정에서는 퍼블릭 체인 수용 등 글로벌 시장의 최신 동향과 발전 과정을 적극 참고해야 한다"라고 역설했다.
이승준 벤처시장연구원 변호사는 한국 토큰증권 인프라가 블록체인의 혁신성과 글로벌 표준을 반영하는 방향으로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변호사는 "특정 기술 구조(2-Tie, 프라이빗 체인 등)를 강제하지 않고, 규제 요건만 충족한다면 퍼블릭 체인도 허용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라며 "사후 이중 장부 대조보다 스마트 컨트랙트와 멀티시그(다중서명)를 통해 접근 권한을 분산하고 정보 유출 위험을 낮추는 방식이 더 바람직하다"라고 전했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김병연 교수가 좌장을 맡고 이용준 금융위원회 자본시장과 사무관, 이정두 한국금융연구원 박사, 이성미 코드 대표와 발제자들이 패널로 참여했다. 이 사무관은 "당국이 특정 기술 구조나 인프라만을 고집해 혁신을 막으려 한다는 인식은 사실과 다르며, 토큰증권 인프라 확충이 필요하다는 업계 방향에도 공감한다"라며 "투자자 보호라는 대원칙을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업계 의견을 적극 반영해 혁신과 안정성이 조화를 이루는 대안을 찾겠다"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