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충전기 교체의 수상한 거래…소비자만 ‘분통’ [전기차 충전, 약탈적 생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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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대의와 충전사업자 체결 방식
한국환경공단, 보조금 관련 공문

아파트 전기차 충전 요금 폭등의 이면에는 ‘거래의 역설’이 도사리고 있다. 출혈 경쟁으로 수익성이 한계치에 다다른 충전 사업자들이 입주자대표회의(입대의)를 상대로 무리한 영업을 강행하고, 여기서 발생한 유치 비용을 결국 입주민의 ‘충전료’로 회수하는 기형적 구조가 안착했기 때문이다. ‘공짜 교체’라는 달콤한 제안이 결국 소비자 주머니를 터는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다.

25일 전기차 충전업계에 따르면 공동주택 전기차 충전기 설치는 통상 충전사업자와 연결된 대리점이 영업사원을 고용해 아파트 내에서 설명회를 열거나 제안서를 통해 교체·설치를 제안하는 방식으로 시작된다. 이후 입대의가 입주민을 대표해 사업자를 선정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구조다.

공동주택은 전기차 충전기 계약에 있어 특유의 의사결정 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충전기 교체 제안부터 계약 체결까지의 과정이 입대의 중심으로 이뤄지면서 리베이트 의혹이 있어도 외부 견제가 작동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일부 단지에서는 입대의가 ‘아파트 발전기금’ 명목으로 받더라도 시설 개선 등에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단지 전체 이해관계가 얽힌 문제로 받아들여지기도 한다.

전기차 충전기 사업자로 일했던 A 씨는 “아파트는 개인이기도 하고 집단이기도 하고 입대의이기도 한 소유주가 명확하지 않은 곳”이라며 “애초에 장사할 수 없는 자리에 보조금을 집어넣어 사업자를 들인 것 자체가 잘못된 출발”이라고 지적했다.

▲한 아파트 단지 내 전기차 충전기. 서이원 기자 iwonseo96@

문제는 이 과정에서 장기 운영권과 요금 체계도 함께 결정된다는 점이다. 충전 사업자들은 초기 설치비와 유지비, 영업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요금 단가와 장기 계약을 통해 투자비용을 회수한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영업비용이 요금에 반영되는 구조라고 설명한다. 김성태 한국전기차사용자협회 협회장은 “2018년 충전기 1대당 평균 5만원 수준이었던 영업비는 현재 100만원까지 치솟았다”며 “결국 영업비용이 반영되면서 최근 2년 사이 완속 충전기 요금이 무려 2배 가까이 올랐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전수조사에 나서자 일부 아파트 단지에서는 충전기 교체가 중단되는 사례도 빚어졌다. 기후에너지환경부 산하 한국환경공단은 최근 충전사업자들에게 사용 연수 5년이 지나지 않은 충전기를 철거하고 국고보조금을 받아 신규 설비를 설치하는 행위에 대해 보조금 지급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해당 공문 발송 이후 서울 양천구 A 아파트 내 한 단지에서는 새 업체로 바꾸려고 철거한 충전기 23대를 원상복구했다.

다만 공동주택 내 모든 충전기 설치 계약을 리베이트 문제로 일반화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시각도 있다. 상당수 아파트에서는 정상적인 입찰 절차를 거쳐 충전기를 설치하고 있으며, 일부 관리주체가 업체 측의 금품 제공 제안을 거절했다는 사례도 있다. 전기차 충전업체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자와 설치·운영·영업 등 계약 구조가 복합적으로 얽히면서 일부 부작용이 발생하는 측면이 있지만, 업계 전반의 관행으로 일반화하기에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계약 및 설치 과정의 투명성 제고, 이용자 관점의 요금 체계 명확화 등을 통해 시장 성장과 동시에 제도적 정비도 병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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