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시공 넘어 부동산 개발 등 겨냥 행보

국내 주택시장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건설업계 수장들이 잇따라 해외로 나가 원전·전력망·철도·부동산 개발 등 새 먹거리 발굴에 직접 나서고 있다. 과거 실무진 중심의 해외 수주 활동과 달리 수장이 직접 현장을 누비고, 공략 대상도 단순 도급공사에서 원전·전력망·철도·부동산 개발로 넓히는 모습이다.
29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정원주 대우건설 회장과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 김선규 호반그룹 회장, 허윤홍 GS건설 대표 등 주요 건설사 수장들은 최근 미국·호주·유럽·아프리카 등지를 직접 찾아 사업 확대를 위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대우건설은 미국 시장에서 개발형 사업 확대에 무게를 싣는 모습이다. 정 회장은 이달 12~18일 미국 뉴욕·뉴저지를 찾아 쿠슈너 컴퍼니, 톨 브러더스 시티 리빙, EJME 등 현지 디벨로퍼들과 주거 개발사업 공동 투자 및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현지 정계 인사들과도 만나 팰리세이즈파크 개발사업 추진과 한미 에너지·인프라 협력 방안을 협의했다.
이번 행보는 대우건설이 미국 시장에서 시공권 수주를 넘어 개발과 투자 기능까지 함께 확대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국내 주거 사업에서 축적한 경험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수익원을 다변화하려는 시도라는 평가다.

호반그룹과 GS건설은 전선·전력망·철도 등 에너지 인프라 분야 확장에 나섰다. 주택사업 기반 건설사들이 해외 전선, 전력망, 철도 같은 장기 인프라 시장으로 발을 넓히는 것은 글로벌 에너지 전환과 전력 수요 확대 흐름을 겨냥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호반그룹 김 회장은 최근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싱가포르를 방문해 대한전선 사업 현장을 직접 살폈다. 남아공에서는 생산법인 엠텍 공장을, 싱가포르에선 국내 전선업체 중 유일하게 턴키 방식으로 수행 중인 400kV급 초고압 지중 전력망 구축 공사 현장을 점검했다.
GS건설 허 대표는 지난달 초 호주를 방문해 멜버른 외곽순환철도(SRL) 지하철 터널 공사 현장을 점검하고, 빅토리아주 관계자 및 현지 파트너사 최고경영자들과 면담했다. GS건설은 현지에서 대규모 전력망 구축 사업 참여를 준비 중이며, 호주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따라 생산 전력을 도시와 산업단지로 보내기 위한 송전망 확충 수요가 커진 상태다.

현대건설은 북유럽을 거점으로 원전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이달 핀란드·스웨덴·네덜란드를 잇달아 찾아 북유럽 원전 시장 공략에 공을 들이고 있다. 웨스팅하우스와 핀란드·스웨덴 신규 원전 건설 심포지엄을 열고 스웨덴에서는 홀텍 인터내셔널과 소형모듈원전(SMR) 사업 협력을 논의하며 스웨덴 최초 SMR 배치를 목표로 협력을 이어가기로 했다. 네덜란드에서는 차세대 용융염 원자로(MSR) 기술 기업 토리존과 전략적 업무협약도 체결했다.
대형 원전·SMR·MSR을 동시에 포진시키는 현대건설의 전략은 원전 기술 생태계 전반에 발을 걸치려는 구상으로 해석 가능하다. 장기적으로 북유럽을 글로벌 원전 사업의 교두보로 삼아 동유럽·중동 등 후속 시장으로 확장하려는 포석으로도 풀이된다.
건설사 수장들의 해외 행보의 배경에는 국내 시장의 구조적 침체가 깔려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2025년 실질 건설투자는 전년 대비 9.9% 감소한 261조4000억원으로, 1998년 외환위기 이후 최대 감소폭을 기록했다. 착공 부진, 고분양가 부담, 부동산 PF 시장 경색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주택 중심의 성장 공식이 한계에 달했다는 분석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건설업은 국내 주택경기에 따라 업황 변동성이 큰 산업인 만큼 최근 해외시장 확대와 신사업 발굴은 경기 변동을 상쇄할 수 있는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사업 다각화의 성격이 크다”고 분석했다. 이어 “CEO가 직접 해외 현장을 찾는 것은 해당 사업에 대한 적극적인 추진 의지와 시장 진출 의지를 드러내는 상징적 행보”라며 “현지 발주처나 협력사에도 사업에 대한 회사의 진정성을 전달하는 효과가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