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걸프전, IMF도 견뎠는데” 멈추는 공장…포장용기 대란 몰려오나 [이란 전쟁 한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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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프타 쇼크에 원재료 가격 한달 새 2배로…플라스틱 공장 단축 조업
원료값 급등했는데 납품가는 그대로…“돌릴수록 적자”
식품 포장부터 생활용품까지…5월 소비자 체감 현실화

▲지난 23일 방문한 경기도 소재 플라스틱 시트 공장 창고. 평소라면 빈 공간 없이 재고가 쌓여있어야 하지만 썰렁한 모습이다. (정진용 기자 jjy@)

원래 창고에 빈 자리가 없어요. 꽉꽉 들어차야 하는데...지금 봐봐요

23일 경기도 소재의 한 플라스틱 시트 가공 공장. 평소라면 45kg짜리 흰색 시트 롤이 산처럼 쌓여 있어야 할 350평 규모의 창고는 군데군데 바닥을 드러내며 썰렁한 기운이 감돌았다. 지게차가 쉴 새 없이 굉음을 내며 오가야 할 통로에는 직원 한두 명만이 무거운 발걸음을 옮길 뿐이었다.

포장 용기 성형 업체에 중간재를 납품하는 이 업체(A사)는 전날부터 결국 ‘단축 조업’이라는 배수진을 쳤다. 30년 넘는 업력 동안 숱한 위기를 넘겼지만, 원재료 값이 무서워 공장 기계를 스스로 멈춰 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총 3대의 라인 중 1대를 끄면서 가동률은 순식간에 65%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

공장 한편에 우뚝 솟은 사일로(silo·원료 저장탱크)는 이 업체의 절박한 처지를 대변하고 있었다. 평소 100t 이상 가득 차 있어야 할 탱크에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45t의 원료만 남았다. 현장 직원들의 얼굴에는 당장 내일부터 시작될지도 모를 무급 휴가에 대한 불안감이 역력했다.

단축 조업 결정을 내린 이유는 하루가 멀다 하고 치솟는 원료가격 때문이다. 플라스틱 가공업체는 원가의 80%를 원재료가 차지하는 구조다. 원유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나프타는 모든 플라스틱 원료의 기초다. 이란 사태로 중동산 나프타 공급이 중단되며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원유와 나프타 수급 차질이 장기화되면서 플라스틱 중소 제조업체들은 생존 위기에 내몰리고 있다. 플라스틱 업체들은 석유화학 기업으로부터 비싼 가격에 원료를 사오지만, 대형 유통업체나 식품업체에 납품하는 단가는 쉽게 올리지 못한다. 원가 상승분을 고스란히 떠안는 ‘샌드위치 신세‘인 셈이다. 현장에서 만난 A사 임원은 치솟는 원가 압박에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전쟁 포성이 울린 바로 다음 날부터 원료 값 고지서가 바뀌었다”며 “납품가는 요지부동이라 공장을 돌릴수록 적자만 쌓이는데, 어떤 기업인이 기계를 돌리고 싶겠느냐”고 토로했다. 이어 “걸프전과 IMF도 버텼지만 원료값이 한 번에 30만 원씩 ‘폭탄’처럼 뛰는 상황은 평생 처음이라며, 고객사와의 고통 분담 없이는 공장 기계를 멈추는 것 외엔 퇴로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가격 상승 속도는 감당 범위를 넘어섰다. 주거래처인 LG화학과 금호석유화학은 이미 두 차례 가격을 올렸다. 1일 출하분부터 t당 10만원, 15일 출하분부터 20만원이 뛰었다. 4월부터는 t당 60만~100만원 추가 인상을 예고한 상태다. t당 160만원 수준이던 원료 가격이 한달 만에 무려 300만원대를 바라보고 있는 셈이다.

▲A 업체에서 생산한 플라스틱 시트로 만들어진 다양한 형태의 식품 포장용기. 성형 업체를 거쳐 대형마트 식품업체들로 공급된다. (정진용 기자 jjy@)

타격은 도미노처럼 소비자 일상으로 번지고 있다. 플라스틱 시트는 성형업체를 거쳐 대형마트와 식품업체로 납품된다. 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의 채소 코너에서 쓰이는 트레이부터 김밥·만두 포장용기, 횟집의 회 포장까지. 일상 속 대부분의 식품 포장재가 이 공정을 거친다.

문제는 이 고리가 끊기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원료 부족과 가격 급등으로 생산을 줄이면서, 식품업체들은 포장재를 제때 확보하지 못하거나 더 비싼 가격에 조달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결국 선택지는 두 가지다. 가격 인상분을 소비자에게 전가하거나, 아예 생산량을 줄이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빠르면 5월부터 이런 변화가 체감될 수 있다고 본다. 영향은 식품에만 그치지 않는다. 빨대와 생수병, 배달용기 같은 생활용품부터 화장품 용기, 농업용 비닐, 건축용 스티로폼까지 플라스틱이 쓰이는 거의 모든 제품이 파급권에 들어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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