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대통령이 '마지막 카드'라고 언급해온 보유세를 다시 거론했다. 직접적인 증세 방침을 밝힌 것은 아니지만 해외 주요 도시와의 보유세 수준을 비교한 점에서 세제 개편 논의와 맞물려 해석될 여지가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은 '빈말'(?)을 잘 하지 않는 이 대통령의 스타일을 고려할 때 이번 메시지를 단순한 의견 표명 이상으로 받아들이며 긴장하는 분위기다. 향후 정책 방향을 가늠하려는 움직임도 감지된다.
이 대통령은 24일 새벽 엑스(X·옛 트위터)에 '선진국 주요 도시 보유세, 우리나라와 비교하면?'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링크하며 "저도 궁금했다"고 적었다. 별도의 정책 설명 없이 기사 공유 형식으로 글을 올렸지만 최근 부동산을 둘러싼 발언 흐름과 맞물리면서 여러 해석을 낳고 있다.
해당 기사에는 뉴욕·런던·도쿄·상하이 등 주요 도시와 한국의 주택 보유세 수준 비교가 담겼다. 한국의 보유세 실효세율은 약 0.15%로, 뉴욕(1% 안팎)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0.33%)보다 낮은 수준으로 소개됐다. 도쿄는 1.7%, 상하이는 최고 0.6%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그동안 집값 안정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면서도 보유세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해왔다. 불과 일주일 전 국무회의에서도 "반드시 부동산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세금은 마지막 수단"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특히 "전쟁에 비유하면 세금은 핵폭탄과 같은 것"이라며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럼에도 보유세를 재차 언급한 것을 두고 시장에서는 정책 선택지의 범위를 넓혀두려는 신호가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유사한 기류가 감지된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최근 한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서울과 같은 메트로폴리탄 도시인 뉴욕·런던·도쿄·상하이의 보유세를 연구 중"이라며 "부동산이 대한민국 전체가 아닌 서울의 문제인 만큼 나라별 보유세 현황보다 메트로폴리탄 보유세를 지표로 삼는 게 맞다"고 밝혔다. 이를 두고 초고가 주택을 겨냥한 '핀셋 규제' 가능성도 시사한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다만 청와대는 현재까지 보유세 인상은 검토하지 않고 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홍익표 정무수석도 "일부에서 인상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현재로써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
정치적 부담 등을 고려했을 때도 당장 세금 규제가 시행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보유세 인상은 중산층과 실수요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민감한 사안인 만큼 정책화 과정에서 상당한 저항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6월 3일 지방 선거를 앞두고 경기 상황과 여론을 동시에 고려해야 하는 만큼 즉각적인 세제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제한적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번 메시지를 가볍게 보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정부가 금융 규제와 공급 확대를 중심으로 부동산 정책을 운용하며 일정 부분 안정 신호가 나타나고 있지만 핵심 지역에서는 여전히 높은 집값 수준과 기대 심리가 유지되는 등 불안 요인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아서다.
시장 반응도 미묘하게 나뉜다. 일부에서는 "증세 신호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신중론이 나오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정책 순서상 마지막 단계로 남겨둔 카드를 다시 언급했다는 것 자체가 부담 요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 대통령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후의 수단으로 반드시 써야 하는 상황이 되면 써야 한다"며 여지를 열어둔 점이 시장의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당장 현실화 가능성은 제한적이지만 필요할 경우 언제든 꺼낼 수 있는 카드라는 점을 이 대통령은 거듭 강조해왔다. 이번 발언이 향후 세제 정책과 부동산 시장 흐름에 어떤 신호로 작용할지 주목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