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값 보험료냐, 반토막 보장이냐 '5세대 딜레마' [닫히는 실손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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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세대 실손 비용절감 효과 높지만
도수치료 등 보장한도 5분의1 급감
검사 잦은 환자들엔 불리한 구조

(연합뉴스)

다음 달 출시될 ‘5세대 실손의료보험’을 두고 가입자들 사이에서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 있다. ‘반값 보험료’라는 강력한 유인책에도 불구하고 비급여 보장 문턱이 높아지면서 실효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출시되는 5세대 실손보험의 골자는 비급여 의료비를 '중증'과 '비중증'으로 이원화해 관리하는 것이다. 그동안 실손보험의 손해율을 끌어올린 주된 원인으로 지목된 비급여·비중증 진료를 집중적으로 손질하겠다는 취지다.

구체적으로 암·뇌혈관 질환·심장 질환 등 3대 중증 질환과 외상·화상·희귀 난치성 질환 등은 기존처럼 연간 5000만원 한도를 유지한다. 다만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 입원 치료에는 연간 자기부담 한도 500만원이 새로 도입된다.

반면, 과잉 진료 논란이 컸던 도수치료, 비급여 주사, 비급여 MRI 등 ‘비중증’ 항목은 별도 한도 1000만원이 적용된다. 기존 5000만원에서 보장 한도가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하는 셈이다.

가입자가 직접 내야 하는 돈도 늘어난다. 5세대 실손은 비중증 진료 시 자기부담률을 50%로 높였다. 특히 외래 진료 시 최소 공제 금액이 5만원으로 설정돼 소액 진료의 경우 보험금 청구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 상급종합병원 이용 시 연간 자기부담 한도 500만원 설정 등 대형 병원 쏠림을 막기 위한 장치도 강화됐다.

보험업계는 이번 개편이 '의료 쇼핑'을 막기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입장이다. 실제 비급여 주사제와 도수치료 등 일부 항목이 전체 보험금 지급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손해율 악화를 주도해왔기 때문이다.

보장 범위가 줄어드는 대신 보험료는 낮아진다. 업계에서는 5세대 실손보험료가 4세대 대비 최대 절반 수준까지 인하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40세 남성 기준 4세대 보험료가 약 1만7000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5세대는 1만원대 초반까지 낮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병원을 거의 가지 않는 '건강체' 가입자에게는 비용 절감 효과가 확실하다. 하지만 정기적으로 비급여 물리치료를 받거나 검사가 잦은 환자들에게는 치명적이다.

선택형 특약 구조도 함께 도입된다. 과잉진료 논란이 큰 항목을 기본 보장에서 제외하고 필요 시 선택적으로 가입하도록 해 손해율 관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가입자는 자신의 의료 이용 패턴에 따라 보장 범위를 조정할 수 있지만 그만큼 보장 격차도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에는 정액형 건강보험 상품이 강화되면서 실손보험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치료비 일부를 보전하는 실손보험과 달리 정액형 상품은 진단 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 구조로 보장 활용도가 높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본인의 의료 이용 패턴을 철저히 분석해 5세대 환승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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