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사들 달라졌다…자사주 소각하고 이사회 손질 [거세진 행동주의 上-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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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손보, 보험업계 첫 '주주제안 이사' 선임
기업들, '강대강' 대신 선제 대응 확대
배당 넘어 이사회 구조로 옮겨간 주주가치 논의

국내 상장사들 지배구조 논의가 올해 정기 주주총회 시즌을 거치며 새 국면에 들어섰다. 과거에는 행동주의펀드의 주주제안에 대해 경영권 방어 논리로 맞서는 장면이 많았다면, 올해는 회사가 먼저 자사주 소각이나 보유자산 유동화, 이사회 개편안을 내놓으며 갈등 수위를 낮추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단순한 배당 확대를 넘어 이사회 구조와 자본 배치 방식 자체를 손보는 흐름이 나타난다는 점에서 시장에서는 이번 주총 시즌을 국내 거버넌스 논의의 분기점으로 보는 시각도 나온다.

가장 상징적인 사례는 DB손해보험이다. DB손보는 지난 20일 정기 주주총회에서 얼라인파트너스가 추천한 민수아 전 삼성액티브자산운용 대표를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회사 측 후보인 이현승 LHS자산운용 회장도 함께 선임되면서 양측이 각각 1명씩 이사회에 진입하는 구도가 만들어졌다. 얼라인이 요구한 내부거래위원회 설치를 위한 정관 변경안은 부결됐지만, 찬성률이 61.3%에 달한 점은 보험업권에서도 지배구조 개선 요구가 적지 않다는 점을 보여준다는 평가다. 국내 보험업계에서 주주제안 이사 후보가 선임된 첫 사례라는 점에서도 상징성이 크다.

갈등이 주총 표 대결로 가기 전에 회사가 먼저 절충안을 내놓는 사례도 나왔다. KCC는 지난 9일 공시를 통해 보유 자사주 153만2300주 가운데 임직원 보상 목적 물량을 제외한 117만4300주를 2027년 9월까지 분할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트러스톤자산운용은 지난달 11일 KCC 이사회에 공개 주주서한을 보내 비핵심 자산인 삼성물산 주식 유동화와 임직원 보상용(RSU)을 제외한 자사주 전량 소각 등을 요구한 바 있다. 이후 KCC가 보유 자산 유동화와 주주환원 방침을 함께 제시하자 트러스톤은 오는 26일 주총에 상정했던 주주제안을 철회했다. 지난해 자사주 활용 계획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었던 회사가 이번에는 소각과 자산 효율화 카드를 먼저 꺼내며 정면충돌을 피한 셈이다.

솔루엠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다. 솔루엠과 얼라인파트너스는 지난 16일 지배구조 선진화와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합의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양측은 이사회 과반을 독립이사로 구성하고, 내부거래위원회와 독립이사후보추천위원회, 평가보상위원회를 독립이사 중심 체제로 운영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논란이 됐던 제3자배정 상환전환우선주(RCPS)와 관련해서는 최대주주에게 부여된 콜옵션 물량의 50%를 핵심 임직원 인센티브로 배분하고, 우선매수권도 행사하지 않기로 했다. 주주제안과 소송으로 번졌던 갈등이 결국 이사회 구조 개편과 권리 조정 논의로 이어진 것이다.

이러한 변화의 기저에는 지난해 상법 개정으로 강화된 ‘이사회 책임주의’가 자리잡고 있다. 개정 상법 제382조의3에 따르면 이사는 회사뿐만 아니라 주주를 위해서도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하며, 총주주의 이익 보호와 공평한 대우를 의무화하고 있다. 이사의 주주 충실의무는 이미 지난해 7월부터 시행 중이며, 오는 7월 23일부터는 독립이사 제도와 강화된 3%룰까지 본격 적용될 예정이다. 법무부는 이번 개정의 핵심으로 충실의무 확대, 독립이사 제도 및 전자주주총회 도입 등을 꼽았다. 시장에서는 이러한 제도적 변화가 합병·분할 같은 굵직한 의사결정은 물론, 자사주 활용과 우선주 발행, 이사회 구성 등 자본정책 전반에 걸쳐 한층 엄격한 기준을 요구하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올해 주총 시즌 변화는 행동주의의 존재 자체보다 기업의 대응 방식이 달라졌다는 데 더 가깝다는 평가다. 과거처럼 표 대결과 소송을 불사하는 대치 국면만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주주가 제기한 문제를 이사회 구조 개편과 자본정책 수정으로 흡수하려는 장면이 실제로 나타나고 있어서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주주가치 제고가 더 이상 배당 확대에만 머물지 않고 지배구조 설계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며 “올해 주총 시즌은 국내 상장사의 거버넌스 논의가 한층 깊어진 시점으로 읽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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