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복상장 규제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알짜 비상장 자회사’를 둔 지주사 주가가 상승세를 탔다. 전문가들은 규제의 강도나 도입 시기는 아직 불확실하지만, 정부의 밸류업 정책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기대감이 주가에 선반영되고 있다고 해석했다.
1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증시에서 CJ는 13일 종가 대비 9.41% 상승한 19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DN오토모티브는 29.71% 상승한 3만5800원, LS는 5.20% 상승한 26만30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이들 기업의 공통점은 대형 비상장 자회사를 보유한 지주사라는 점이다. △CJ는 CJ올리브영 △DN오토모티브는 DN솔루션즈 △LS는 LS전선과 LS에코에너지 등을 비상장 자회사로 두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상승의 도화선은 최근 한 경제 매체의 보도였다. 해당 매체는 18일 예정된 대통령 주재 자본시장 간담회에서 “공정거래법상 대규모 기업집단에 속하는 모든 기업의 신규 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같은 날 금융위원회가 “중복상장 제도개선 방안은 확정된 바 없다”고 정정했다. 상승 폭은 줄었지만 시장의 기대감은 가라앉지 않았다. 현재 국회에는 관련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다수 발의돼 있다. 지난해 12월 한국거래소도 중복상장 관련 가이드라인 마련 작업에 착수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중복상장 문제에 대해 꾸준히 언급해왔다. 이 대통령은 1월 더불어민주당 코스피 5000 특별위원회 오찬 자리에서 “‘L’ 들어간 주식은 안 사”라는 언론 보도를 인용하며 “이런 중복상장 문제가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원인이 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특정 기업명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LS그룹을 지칭한 것으로 풀이됐다.
투자자들이 중복상장 규제에 호의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간단하다. 모자회사가 동시에 상장하면 모회사의 기업가치가 희석된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간 성장 가능성을 보고 모회사 주식을 샀는데, 물적분할로 정작 핵심 사업부는 간접 소유하게 된다는 투자자들의 불만이 쌓여 왔다.
이 때문에 알짜 자회사를 둔 지주사들은 ‘중복상장 디스카운트’를 감수해야 했다. CJ가 대표적인 사례다. K-뷰티 열풍에 힘입어 CJ올리브영의 성장세가 두드러지자 분리 상장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됐다. 이는 CJ 주가의 발목을 잡았다. 최근 CJ의 상승세는 중복상장 규제가 도입되면 올리브영의 가치가 CJ 주가에 온전히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반영된 결과다.
중복상장이 기업 가치를 깎아먹는 '중복상장 디스카운트'는 실제 연구 데이터로도 입증됐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원은 2022년 보고서에서 2010~2021년 동시 상장한 모자기업 549쌍의 기업가치를 분석했다. 그 결과 동시상장 자회사의 기업가치는 다른 신규 상장기업보다 낮았고, 이미 상장된 모회사의 기업가치도 자회사 상장 이후 뚜렷하게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남 연구원은 “동시상장은 모자기업 모두의 기업가치에 부정적 요인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건영 KB증권 연구원은 “향후 중복상장 시 일반 주주 보호 방안에 대한 요구는 기업집단에서 발생하는 모든 중복상장에 적용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주회사의 최대주주 및 특수관계인의 이익만을 위한 계열사 합병이나 자회사 상장은 앞으로 어려워지고, 자회사의 자산가치는 지주회사에 온전히 반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