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지역 맞춤 특례 담았지만…절반 처리에 그쳐
여야 평행선 지속…장기 지연 불가피 전망 잇따라
공공기관 이전ㆍ기능 통폐합 시너지 기대감 저하

이재명 정부가 추진해 온 광역 행정통합이 광주·전남에서만 결실을 맺은 채 대구·경북(TK), 충남·대전 통합 논의는 표류하고 있다. 이번 정권 내 ‘3각 통합 완수’라는 균형발전 구상이 자칫 광주·전남만의 선례로 귀결되면서 나머지 두 권역은 상당 기간 표류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공공기관 2차 지방이전과 ‘5극 3특’ 전략과 맞물려 시너지를 내야 할 행정통합이 여야 충돌로 발이 묶이면서 정책 전반의 효율성 저하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설치를 위한 특별법'이 국회 본회의와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새로운 광역단체가 7월 1일 공식 출범한다. 6·3 지방선거에서 초대 통합시장이 선출되며 인구 320만 명·지역내총생산(GRDP) 150조원 규모의 초광역 지방자치단체가 탄생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법은 기존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를 폐지하고 서울시에 준하는 특별시를 설치하는 것이 골자다. 부시장은 기존 2명에서 4명으로 늘어나며 차관급으로 격상된다. 지방채 초과 발행 허용, 균형발전기금 설치·운영, 개발사업 시 지방세 감면 등의 근거도 마련됐다. 지역 특화 조항으로는 조선산업 중점 지원과 민주시민교육 진흥 특례, 인공지능(AI)·반도체·첨단전략산업 클러스터 육성을 위한 국비 지원, 석유화학·철강·조선 산업 경쟁력 회복을 위한 국가 책무가 명시됐다.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등 각종 규제 특례도 담겼다.
아직 처리되지 않은 나머지 두 법안도 각 지역 산업 구조에 맞는 특례를 담고 있다. 대구경북통합특별법에는 원자력·소형모듈원자로(SMR) 클러스터 조성과 세계문화예술 수도 조성 등이 포함됐다. 조직·재정, 미래특구, 경북 북부 균형발전, 첨단 전략산업 분야 등 핵심 특례 40여 건을 포함한 300여 개 조항으로 구성됐으며 인구 500만 명의 초광역 도시권 형성을 목표로 한다.
전남광주통합특별법과 달리 군 공항 이전 관련 특례 조항이 빠진 것을 두고 형평성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충남대전통합특별법에는 국방 클러스터 조성 및 입주기업 특례 등이 포함됐다. 대전의 우주·로봇·바이오와 충남의 반도체·모빌리티 산업을 결합한 경제과학 중심도시를 추진 비전으로 내세운다. 약칭은 '대전특별시'로 1989년 충청남도에서 대전직할시가 분리된 지 약 37년 만의 재통합을 목표로 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법안은 여야 협상이 교착 상태다. 지난달 24일 법제사법위원회가 전남·광주 법안만 처리하고 나머지 두 법안을 보류한 데 이어 이달 12일 임시국회 첫 본회의에서도 TK 통합법이 안건에 오르지 못하면서 6·3 지선 전 행정통합 가능성은 불확실해졌다. 6·3 지선에서 통합시장을 선출하려면 늦어도 4월 초까지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해야 하는데 현재 예정된 본회의는 19일과 31일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은 TK와 충남·대전 통합의 동시 처리를 고수하는 반면 국민의힘은 TK 단독 우선 처리를 고집하면서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안팎에서는 이미 판세가 돌이키기 어려운 방향으로 기울었다는 진단도 나온다. 6·3 지선을 앞두고 지금 이 시점에서의 통합은 사실상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2년 뒤 총선이 치러지는 2028년에 통합시장 선거를 함께 치르는 방안을 대안으로 거론하고 있지만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정치적 행정통합 특별법 추진 과정의 제약상 두 권역을 동시에 추진하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있다.
정치권 관계자는 "대구·경북이 통합에 나설 경우 대전·충남의 행정통합은 멀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대구·경북 통합이 먼저 처리될 경우 국민의힘으로서는 충남·대전 통합에 협조할 정치적 유인이 사라진다는 점을 걸림돌로 꼽았다. 그러면서 "이번 정권 말에 재추진하기도 쉽지 않고, 다음 정권은 집권 3년차에나 행정통합을 본격적으로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