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DX재단 이사장
분산형구조 재편해 복원력 높여야
지역 생산·소비로 기본사회 구축을

지금 우리가 사는 도시는 과연 안전한가? 미국과 이란의 충돌로 대표되는 지정학적 위기는 세계 경제를 거대한 불확실성 속으로 밀어 넣고 있다. 에너지와 식량 공급망이 요동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의 폭발적 성장은 일자리의 구조적 변화를 강요한다.
우리가 일궈 놓은 거대 도시는 마치 고분자 화합물처럼 모든 기능이 하나로 촘촘히 엮여 있다. 효율을 극대화한 이 중앙 집중형 구조는 핵심 시설 하나만 파괴되어도 도시 전체가 작동 불능에 빠질 수 있는 치명적인 취약성을 안고 있다.
반면 개미 떼처럼 작고 독립적인 단위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분산형 구조는 외부의 강력한 충격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는 유연한 복원력을 보여준다. 이제는 지배와 효율 중심의 머니로직에서 벗어나, 순환과 공존을 바탕으로 한 살림로직의 관점에서 도시의 생존 전략을 재편해야 할 때이다.
이재명 정부가 천명한 기본사회는 국가가 국민의 기본적 삶을 보장하겠다는 시의적절한 선언이다. 그러나 기본사회가 단순한 비용 지원인 기본소득에만 머문다면 이는 일시적인 미봉책에 그칠 위험이 크다.
에너지와 식량 같은 생존의 필수 요소가 권리로 확고히 보장될 때 비로소 기본사회가 구축되었다고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지산지소(地産地消·지역에서 생산해 지역에서 소비)는 국가가 보장하는 기본적 삶의 토대 위에, 스스로의 생존을 책임질 수 있는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이어야 한다.
여기에 새로운 일자리 등 미래 사회가 필요한 것들을 추가한 국가 기본단위를 정교하게 설계하고 구현한다면 훨씬 효과적으로 기본사회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 단위를 살림셀(Salim Cell)이라고 정의한다.
살림셀은 지자체, 산업단지, 학교, 군부대, 아파트 단지 등이 생명체의 세포처럼 에너지와 식량을 일정 부분 자립하는 구조를 갖추자는 것이다. 이러한 살림셀은 세 가지 핵심 기반 위에서 작동한다.
첫째, 생존 기반(Zero Basic)이다. 신재생에너지와 스마트팜을 통해 에너지와 식량의 일부를 자급함으로써 인류 생활의 기본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다. 이는 외부 공급망에 의존하던 삶에서 벗어나, 지역 공동체가 스스로 불을 밝히고 배를 채울 수 있는 생존 주권을 확보하는 토대가 된다.
둘째, 도시 기능의 내재화(Urban Basic)이다. 첨단 AI 에이전트와 디지털 네트워크를 활용해 원격 의료를 비롯해 교육, 비즈니스가 생활권 내에서 완결되는 구조를 만든다. 어디에서나 대도시 수준의 인프라를 제공하여 살림셀 간의 유기적 결합을 촉진한다.
셋째, 미래 문화 기반(Culture Basic)이다. 기본적인 일상이 담보되고, 자신의 천부적 재능(달란트)을 찾아 돈과 명예라는 협소한 목표를 넘어 진정한 삶의 가치에 도전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 이것이 살림셀의 또 다른 비전이다. 미래 인간의 역할은 ‘지능과 기능’이 아니라 ‘사유와 창조’를 통한 지구적 선을 추구하는 것이어야 한다.
즉 기초생활의 안정과 다양한 창조적 도전이 가능한 삶터가 바로 살림셀인 것이다. 이를 통해 에너지 관리, 스마트팜 운영, 지역 돌봄과 문화 활동 등 기존 일자리와는 개념이 다른 새로운 ‘살림 일자리’가 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당장에 살림셀이 주는 편익은 전력의 재배치다. AI전력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살림셀에 투자해서 빠른 시간 안에 30% 정도의 에너지를 신재생에너지로 자급할 수 있다면, 기존 전력망의 여유분을 AI 산업에 즉시 투입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렇게 생산된 전력은 주변의 핵심 거점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우선적으로 전국에 4000개나 되는 폐교와 군부대가 살림셀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또 다른 편익은 예산의 재배치다. 지능과 기능 위주의 교육 예산, 중앙집중식의 관리 예산, 개념을 바꾼 국방 예산, 그리고 기후관련 예산 등 기존의 예산을 종합적으로 미래 사회에 맞게 살림셀을 중심으로 재구성한다면 단단한 기본사회 구축은 물론이고, 중요한 수출 전략 산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지금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거대한 도시 시스템에 모든 것을 맡길 것인가, 아니면 생존 주권을 가진 살림셀 사회로 전환할 것인가를 빠르게 선택해야 한다. 지산지소는 다가오는 위기의 시대에 가장 현실적인 전략일지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