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대 사회학과 교수
경제가치 이상의 사회통합 꾀하고
주체적 동료시민 인식제고 시급해

한국사회가 마침내 이민을 국가 전략의 문제로 정면에서 마주하기 시작했다. 법무부가 3월 3일 발표한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은 그 출발점이다.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과 빠른 인구 고령화 속에서 생산가능인구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으며, 지방의 많은 시·군은 이미 소멸의 문턱에 서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민정책은 더 이상 부족한 노동력을 보충하는 임시 처방이 될 수 없다. 이제 이민정책은 국가의 지속 가능성을 좌우하는 핵심 전략으로 자리 잡아야 한다.
이번 전략의 가장 중요한 의미는 외국인을 바라보는 정책적 시각의 변화에 있다. 그동안 한국사회에서 외국인은 부족한 노동력을 메우는 한시적 존재로 인식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이번 전략은 외국인을 국가 발전에 기여하는 ‘인재’로 재정의했다. 정부가 제시한 ‘국민과 이민자가 함께 성장하는 포용 기반의 이민정책’이라는 비전 역시 이러한 인식 전환을 반영한다. 성장, 행복, 회복이라는 세 가지 목표는 이민정책이 한국사회의 미래를 설계하는 정책임을 역설한다.
다섯 가지 핵심 추진 과제도 방향성 측면에서 중요하다. 우선, 경제성장과 지역발전을 견인하기 위해 ‘톱티어 비자’, ‘K-STAR 비자’, ‘K-CORE 비자’ 등을 통해 고도기술, 전문, 기능 인력을 체계적으로 유치하겠다는 구상이다. ‘농·어업 숙련 인력 확대’와 ‘지역 특화형 비자 개선’ 역시 지역 정착형 이민정책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읽힌다. 저숙련 노동력 중심이었던 기존 정책에서 기술과 기능 인재 중심으로 무게 중심을 옮기려는 전략적 전환이라 할 수 있다.
이민 행정의 혁신 역시 중요한 과제다. 복잡한 취업 비자 체계를 단순화하고 디지털 기반 행정으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은 정책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기본 조건이다. 외국 인재 유치 집단을 분석해 외국인 유입 규모와 임금 요건을 설정하겠다는 정책도 내국인 노동시장과의 갈등을 완화하려는 현실적 접근이다. 여기에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활용한 출입국 심사와 체류 관리 체계 구축은 행정 효율성과 사회적 안전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특히 반이민 정서를 완화하고 사회 통합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이민정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 요소다. 국민의 수용성을 높이고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확대하는 것은 사회 안정의 기본 조건이다.
그러나 이러한 장밋빛 청사진 이면에는 분명한 한계와 과제도 공존한다. 무엇보다 정책 전반을 관통하는 시각이 여전히 ‘경제적 효용성’에 치우쳐 있다는 점이 우려된다. 이민자를 경제성장의 수단으로만 간주하는 정책은 결국 사회적 배제와 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 지속 가능한 정책이 되기 위해서는 이민자를 한국사회의 인격적 주체이자 동료 시민으로 대우하는 사회학적 성찰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지역 이민정책의 안착 또한 만만치 않은 도전이다. 단지 일자리가 있다는 이유만으로 사람이 지역에 정착하지는 않는다. 아이를 안심하고 보낼 학교가 있고, 아플 때 찾을 병원이 있으며, 사회적 관계를 맺을 이웃 공동체가 존재해야 비로소 정착이 시작된다. 지역을 단순한 ‘일터’가 아닌 존엄한 ‘삶터’로 재구성하는 정밀한 설계가 수반되는 게 필수다.
인구 감소 시대에 이민 수용은 이제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이민정책은 단순히 외국인을 들여오는 기술적 행정을 넘어, 한국사회의 미래를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거대 기획이다. “어떤 이민자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 이 본질적인 질문에 대해 정부와 시민 사회가 끊임없이 답을 찾아가야 한다. 그 답이 명확해질 때 비로소 ‘2030 이민정책 미래전략’은 대한민국이 인구 위기를 극복하고 새로운 도약을 시작하는 진정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