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만전자·80만닉스의 유혹, 개미를 흔들다 [노트북 너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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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만 전자’를 단돈 17만원, ‘100만 닉스’를 80만원(3월 저가)에 살 기회. “지금이니?”

증시가 뜨거워질수록 시장에는 늘 비슷한 장면이 반복된다. 급등 종목이 쏟아지고, 하루 만에 수익을 냈다는 이야기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를 뒤덮는다. 뒤처지면 안 될 것 같은 불안, 지금 아니면 기회를 놓칠 것 같은 조급함이 번진다. 그러나 시장이 과열될 때 가장 먼저 사라지는 것은 냉정함이다. 그리고 그 대가는 대개 가장 늦게 뛰어든 개인투자자가 치른다.

최근 투자 열기 자체를 무조건 부정할 필요는 없다. 예금에 머물던 자금이 증시로 이동하고, 투자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것은 자본시장의 외형 확대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투자 참여 확대가 곧 투자 역량 확대를 뜻하지는 않는다. 계좌를 열고 주문하는 일은 쉬워졌지만 기업가치와 수급, 변동성, 리스크를 읽는 일까지 쉬워진 것은 아니다.

급격한 변동장에서는 개인투자자가 특히 취약하다. “다들 사니까”, “기회를 놓친 게 아까워서”, “내린 다음 날엔 오를 것 같아서”라는 분위기에 기대 매수에 나서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른바 포모(FOMO) 심리가 판단을 압도하는 순간이다.

특히 미국과 이란 갈등으로 국내 증시가 출렁이자 공포와 욕심이 뒤섞인 장이 열렸다. 급락을 저점 매수 기회로 여긴 개인투자자들은 이달 코스피 시장에서 15조1590억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외국인이 11조8550억원 순매도한 것과 대비된다.

문제는 빚을 낸 투자까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점이다.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5일 33조6950억원으로 정점을 찍었고, 지금도 31조~32조원대에 머물고 있다. 코스피가 하루 200포인트씩 흔들리는 장에서 ‘빚투’는 손실을 키우는 지렛대가 되기 쉽다.

개인투자자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조급함이 아니라 기준이다. 왜 이 종목을 사는지, 어디까지 감당할 수 있는지, 손실이 났을 때 어떤 원칙으로 대응할지 스스로 설명할 수 없다면 그 투자는 다시 생각해야 한다. 증시는 언제나 기회를 준다. 다만 그 기회가 늘 오늘, 지금, 당장 잡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시장에서 오래 살아남는 투자자는 가장 빨리 뛰는 사람이 아니라, 함부로 뛰어들지 않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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