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관세 우회로‘ 301조 어떻게 다른가…미국 무역압박 상징

기사 듣기
00:00 / 00:00

WTO 출범 이후 존재감 약화했다가
트럼프 1기 ‘대중 무역전쟁’ 핵심 무기로
한국도 수차례 사정권…관세 수순 관측

▲사진은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 (로이터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한국을 포함한 주요 교역국을 대상으로 무역법 301조 조사를 개시하면서 이 조항이 다시 무역 전쟁의 핵심 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

11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무역법 301조는 1974년 제정된 미국 무역법 가운데 301조부터 309조까지를 포괄해 지칭하는 통상 규정으로, 미국 기업에 불리한 외국의 무역 정책이나 관행에 맞서 대응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폭넓은 재량권을 부여한 통상 수단이다. 수입 차별 여부에만 국한되지 않고 보조금 제도, 지식재산권 보호 수준, 환경 규제와 같은 정책도 미국 기업에 불리하게 작용하면 비합리적인 무역 장벽으로 해석해 보복을 가할 수 있다.

이 제도는 1980~1990년대 미국 통상 압박의 단골 수단으로, 당시 미국 무역대표부(USTR)는 약 100건에 가까운 조사를 진행했다. 1980년대 일본의 자동차 및 전자산업 성장에 대응하는 과정에서도 활용됐다. 하지만 1995년 세계무역기구(WTO) 출범 이후에는 다자 분쟁 해결 절차가 자리 잡으면서 사용 빈도가 크게 줄었고 주로 WTO 분쟁 절차를 개시하거나 이행하는 보조 장치로 쓰였다.

한동안 존재감이 희미해졌던 301조가 다시 통상 정책의 전면에 등장한 것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다. 1997년 이후 제기된 301조 조사 14건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6건이 트럼프 1기 행정부 재임 기간 이뤄질 정도로 사용 빈도가 크게 늘었다. 이는 이전 행정부와 비교하면 뚜렷한 변화다. 아들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한 조사 한 건만 진행했고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도 자체 개시 조사 두 건에 그쳤다. 특히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중국의 지식재산권 침해 등을 문제 삼아 대규모 관세를 부과하면서 301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당시 미국은 중국산 수입품에 최대 25%의 관세를 부과하며 미·중 무역 전쟁을 일으켰다.

이후 조 바이든 전 행정부도 이를 계승해 301조를 활용, 전기자동차 등 중국산 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1일(현지시간) 켄터키주 헤브론에서 연설 후 손을 흔들고 있다. (헤브론(미국)/AP연합뉴스)

한국은 과거에도 미국의 무역법 301조와 이를 강화한 ‘슈퍼 301조’의 적용을 여러 차례 받은 바 있다. 1985년에는 보험·영화 부문이 301조의 첫 적용 대상이 됐다. 미국은 1988년~1989년 슈퍼 301조를 통해 농산물 시장과 외국인 투자 분야 개방을 압박했고, 1996년에는 한국을 슈퍼 301조에 따른 통신 분야 ‘우선협상대상국(PFC)’으로 지정했다.

이번 한국 등을 겨냥한 USTR의 조사 역시 관세 부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제이미슨 그리어 USTR 대표는 이날 미국이 안고 있는 무역 적자나 각국의 보조금 제도, 안전 기준 같은 비관세 장벽 등 다양한 양자 간 무역 문제를 ‘과잉 생산 능력의 징후’로 간주한다는 해석을 기자단에 제시했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과잉 생산은 무역적자를 대체할 새로운 명분의 의미가 강하다”며 “통상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301조 조사는 결론이 정해진 재판과 같다’는 평가도 나온다”고 전했다.

트럼프 정부는 그밖에도 특정 수입품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될 경우 대통령이 관세 부과나 수입 제한 조치를 취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인 무역확장법 232조를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철강과 알루미늄 수입품에 이 법을 적용해 50%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뉴스
많이 본 뉴스
댓글
0 / 3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