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나는 유조선을 공격하고 “유가가 배럴당 200달러까지 오를 준비를 하라”고 경고하고 나선 가운데, 증권가에서는 유가가 어느 수준까지 치솟아야 증시에 치명타를 줄 수 있을지 구체적인 수치를 제시하고 나섰다.
13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전날 대규모 전략 비축유 방출 결정에도 불구하고 국제 유가의 벤치마크인 5월 인도분 브렌트유 선물은 다시 장중에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섰다. 앞서 브렌트유 선물은 이란전쟁이 조기에 끝날 것이라는 낙관론이 부상하며 11일(현지 시간) 종가 기준 87.8달러까지 떨어지며 진정하던 차였다.
우려가 커지자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유가가 어느 수준까지 치솟아야 주식시장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것인지를 두고 각각 배럴당 135달러와 191달러라는 '고통 임계점'을 내놓았다.
LS증권은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기준 유가 '135달러'를 증시의 임계점으로 제시했다.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유가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급등하면 경제와 증시에 실질적인 악영향을 주는데, 현시점에서 135달러에 도달하면 전년 대비 상승률은 2배를 돌파하게 된다는 것이다.
실제로 단기간 내 유가가 두 배 이상 상승했던 △1990년 걸프전 △2008년 중국 수요 급증 △2021년 코로나19 팬데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시기를 근거로 제시하며 이 시기 코스피와 S&P500 지수의 폭락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황산해 LS증권 연구원은 "특히 현재 미국 증시는 사모대출펀드 등 과거 레버리지에 대한 후폭풍이 점차 가시화되는 국면"이라며 "과거 2000년, 2008년과 같이 예상치 못한 통화정책 전환이 증시에 부담이 될 가능성이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메리츠증권은 미국 경제의 체질 변화를 근거로 증시의 '고통 임계점'이 배럴당 191달러까지 높아졌다는 분석을 내놓았다. 2011년 아랍의 봄 사태 당시 수준의 충격을 받으려면 유가가 191달러 수준까지 올라야 한다는 것이다.
그 근거로 미국이 에너지 순수입국에서 순수출국으로 전환됐다는 점을 제시했다. 2014년 셰일 혁명 이후, 미국은 2019년 10월부터 원유와 정제품 합산 기준 순수출국 지위에 올라섰다. 유가가 급등하더라도 미국의 원유 수출량을 늘리는 방식으로 충격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과거에 비해 유가 실질 구매 부담이 줄었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지난 10년간의 전반적인 물가 상승을 고려하면 물가 상승률을 감안하면 2025년 말 명목 유가인 60달러는 실질 가격으로 40달러 수준에 그친다. 겉으로 드러나는 숫자는 높지만, 소비자나 기업이 느끼는 상대적 비용 부담은 과거 고유가 국면보다 훨씬 가볍다는 의미다.
박민서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이러한 구조적 완충 장치 덕분에 기대인플레이션이 잘 고정된 한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경로를 전환하거나 충격을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