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성모병원, 건강검진 기반 ‘무증상 결핵’ 조기발견 이점 입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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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진수·김형우 교수, 1071명 대규모 코호트 분석…치료 성공률 86.3%

▲민진수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사진제공=서울성모병원)

건강검진에서 무증상 결핵 환자를 조기에 발견해 치료를 시작하면 예후를 대폭 개선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민진수 가톨릭대학교 서울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교신저자)와 김형우 인천성모병원 호흡기내과 교수(공동저자)를 중심으로 하는 다기관 연구팀은 국내 대규모 전향적 코호트 연구를 통해 건강검진에서 조기 발견된 무증상 결핵 환자가 유증상 환자보다 유의미하게 우수한 치료 예후를 보인다는 사실을 규명했다고 12일 밝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제까지 결핵 선별의 핵심 도구로 기침·발열·야간 발한·체중감소 등 4가지 증상 유무를 확인하는 'W4SS(WHO four-symptom screen)'를 권고해왔다. 그러나 증상 기반 선별만으로는 다수의 무증상 결핵 환자를 놓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연구는 결핵 관리 정책 전환의 근거가 되는 실증 데이터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질병관리청 통계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한국 결핵 환자는 1만7944명이다. 13년 연속 감소세를 유지하고 있으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결핵 발생률 2위에 머물렀다.

무증상 결핵 환자는 뚜렷한 자각 증상이 없는 상태로 직장인 정기 건강검진이나 국가건강검진의 흉부 X선 촬영을 통해 우연히 결핵을 진단받는다. 그간 이들의 조기 치료가 어떤 이점이 있는지를 체계적으로 밝힌 연구는 부족했다.

연구팀은 국내 18개 대학병원이 참여한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 등록된 성인 폐결핵 환자 1071명의 데이터를 심층 분석했다. 진단받기 전 4주 동안 기침, 객담, 객혈, 호흡곤란, 흉통, 발열, 전신 쇠약감, 체중 감소, 야간 발한, 식욕 부진 등 10가지 결핵 관련 증상이 단 하나도 없는 환자를 무증상 결핵으로 분류했다.

분석 결과 전체 환자의 32.7%(350명)가 아무런 증상을 느끼지 못한 무증상 결핵 환자였다. 이들은 기침이나 열이 나서 병원을 찾은 환자들에 비해 체내 염증 수치(C-반응성 단백질 등)가 현저히 낮았고, 엑스레이상 폐에 구멍이 뚫리는 공동(Cavitation) 병변이나 객담 검사에서 결핵균이 검출되는 비율도 낮았다. 즉, 질병이 심각해지기 전인 초기 단계에서 진단된 것이다.

이는 뚜렷한 치료 성과로 이어졌다. 약을 먹고 재발 없이 완치된 비율이 증상 결핵 환자는 76.4%에 그쳤지만, 무증상 결핵 환자의 치료 성공률은 86.3%에 달했다. 특히 증상이 나타난 후 병원을 방문한 환자에 비해 건강검진을 통해 조기에 무증상 결핵을 발견한 환자군은 성공적으로 완치될 확률이 약 2.4배 높았다. 1년 이내에 치료를 완료하지 못할 위험도 유의미하게 낮았다.

연구를 주도한 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증상이 없을 때 치료를 시작하는 것이 환자 본인의 건강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임을 보여준다”라며 “증상 발현 여부와 관계없이 정기적인 검진으로 숨은 환자를 찾아내는 선별검사가 개인의 완치는 물론 국가적인 결핵 퇴치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지원과제인 ‘결핵 코호트 연구’의 일환으로 수행됐으며, 영국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의 마크 립먼(Marc Lipman), 몰레보겡 엑스 랑가카(Molebogeng X Rangaka) 교수가 국제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연구 결과는 유럽호흡기학회 공식 학술지인 ERJ 오픈 리서치(ERJ Open Research)에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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