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률 100대1도 무용지물⋯수도권 청약 ‘허수청약’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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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공급 2만8260가구 중 11.9% 무순위·임의공급 전환
경쟁률 높아도 계약률 낮아⋯청약시장 ‘옥석 가리기’ 심화

▲모델하우스가 한산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뉴시스)

수도권 아파트 청약 시장에서 ‘허수 청약’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서울 주요 단지가 본청약에서 완판된 것과 달리 경기·인천권에서는 높은 경쟁률에도 계약 포기가 속출하며 무순위·임의공급 물량이 쌓이고 있다. 분양가와 입지에 따라 실제 계약 전환율이 갈리는 양극화가 본격화하는 모습이다.

12일 내집마련 연구소 홈두부에 따르면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공지된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 단지 청약 실태를 분석한 결과, 전체 공급 물량 2만8260가구 중 11.9%인 3362가구가 무순위 및 임의공급 물량이다. 이 가운데 무순위 물량은 2720가구, 임의공급은 642가구로 나타났다.

조사 기간 서울 주요 단지는 본청약에서 대부분 완판되며 무순위 물량이 발생하지 않았다. 서초구 ‘래미안 트리니원’, 강남구 ‘역삼센트럴자이’, 서대문구 ‘드파인 연희’ 등이 본청약에서 모두 마감되며 무순위 발생 건수는 0건을 기록했다.

▲내집마련 연구소 홈두부가 지난해 11월부터 올해 2월까지 청약홈에 공지된 수도권(서울·경기·인천) 아파트 단지 청약 실태를 분석한 결과. (자료제공=홈두부)

반면 경기·인천권에서는 당첨자 계약 포기가 잇따르며 공급 물량 대비 높은 이탈률을 보이는 단지들이 속출했다.

1차 미분양(계약 포기) 비율이 가장 높았던 단지는 ‘시흥거모지구 대방 엘리움 더 루체Ⅱ’로 당첨자의 97.4%가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어 ‘평택화양 서희스타힐스 센트럴파크’가 95.74%, ‘안양 만안역 중앙하이츠 포레’가 82.98%로 뒤를 이었다.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실수요가 받쳐주지 못하는 현상이 뚜렷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높은 경쟁률에도 실제 계약으로 이어지지 않는 사례도 적지 않았다. ‘안양자이 헤리티온’은 본청약 당시 15.50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이후 무순위 241가구에 이어 임의공급 130가구까지 절차가 진행됐다. ‘김포 풍무역세권 B5블록 호반써밋’ 역시 14.0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무순위 73가구, 임의공급 3가구 등 두 차례 재청약이 이뤄졌다.

특히 1차 무순위 공급 이후에도 물량이 해소되지 않아 2회차 이상 재청약을 진행한 단지는 수도권에서 총 9곳으로 집계됐다. 청약홈에 기록된 경쟁률과 실제 계약 간 괴리가 커지면서 이른바 ‘허수 청약’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입지 선호도가 높은 지역에서도 분양가 부담에 따른 계약 포기가 확인됐다. 성남 ‘더샵 분당센트로’는 전용면적 84㎡ 기준 최고 분양가가 21억8000만원에 달했지만 본청약에서는 최고 105.5대 1의 경쟁률로 전 타입 1순위 마감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후 당첨자 일부가 계약을 포기하면서 50가구의 무순위 물량이 발생했다.

‘용인 수지자이 에디시온’ 역시 전용면적 84㎡ 분양가가 최고 15억6500만원에 달하며 고분양가 논란이 이어졌고 무순위 청약이 2차례 진행됐다. 해당 단지는 일반공급 243가구 모집에 1018건이 접수됐지만 상당수가 계약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수도권 청약 시장에서 분양가 수준에 따라 수요자의 ‘옥석 가리기’가 한층 뚜렷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박지민 월용청약연구소 대표는 “수도권 일부 단지는 주변 시세보다 높은 가격에 분양되는 경우가 많아 경쟁률이 높게 나와도 실제 계약 단계에서 이탈이 발생하는 사례가 나타난다”며 “청약 경쟁률과 계약률이 괴리를 보이는 것은 분양가 수준에 대한 수요자 판단이 반영된 결과”라고 밝혔다. 이어 “다만 이런 흐름을 시장 전체 추세로 보기는 어렵고 개별 단지별로 봐야 한다”며 “분양가가 시세보다 낮게 책정된 단지는 다시 청약 열기가 몰릴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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