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이차전지 산업의 존망, 전기차에 답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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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및 미래자동차석사과정 교수

지금 우리 이차전지 산업이 힘든 건, 이차전지 시장이 죽어서가 아니다. 2023년 1TWh(테라와트시) 돌파 후 2026년엔 2TWh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다. 최근 3년간, 전기차가 그중 약 70% 이상을 차지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는 20% 전후, 한때 시장의 전부였던 모바일 정보기술(IT) 소형 이차전지는 10% 미만이다. 10년 전과 산업 구조가 완전히 뒤집혔다. 전기차용 이차전지 시장은 여전히 ‘견조하게’ 성장하고 있다. 진단부터 바로해야 처방도 맞게 된다.

‘전기차 캐즘’은 헛다리 … 기술이 본질

문제의 본질은 다른 곳에 있다. 시장이 성장하는 동안, 우리가 그 시장에서 밀려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 셀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023년 상반기 약 24%에서 2025년 기준 약 15%로 수직 낙하했고 2026년 1월 ‘드디어’ 10% 초반으로 추락했다. 이젠 3사 모두가 마이너스 성장이다. 유럽 시장에서도 2년 만에 80%에서 60%로 20%포인트가 빠졌다.

셀사들의 매출이 그나마 버텨온 건 실력이 아니었다. 전체 시장이 성장한 덕에 절대 판매량이 받쳐준 것이었다. 성장하는 시장이 우리의 실패를 외려 가려주고 있었다.

일각에선 ESS, 드론, 휴머노이드 등 새로운 응용처에서 돌파구를 찾자고 한다. 물론, 이 시장들의 성장 가능성도 눈여겨봐야 한다. 다만 전기차는 내신의 대부분을 좌우하는 핵심 과목인 국어,영어, 수학과도 같고 ESS 등은 과학이나 암기과목과도 같다. 전기차에 밀리며 다른 시장에서 활로를 찾겠다는 발상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미국은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성과로 배터리 산업 개화기를 넘어서고 있고, 유럽은 넷제로산업법과 산업가속화법으로 다음 세대를 준비하고 있다.

흔히들 ‘전기차 캐즘’을 말한다. 그런데 전기차 캐즘은 전기차 시장이 역성장으로 돌아설 때야 본격적으로 찾아온다. 그 국면이 오면 점유율 하락과 절대 판매량 감소가 동시에 덮쳐오는 쓰나미가 된다. .그런데 우리는 아직 본격화하지도 않은 캐즘이란 테제를 이미 과소비하며 엇박자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진짜 위기가 왔을 때 우리에게 남은 ‘단어’는 과연 무엇일까.

전기차 경쟁력 회복은 결국 기술의 문제다. 그게 가능하냐고 냉정하게 물어야 한다. 중국의 기술 추격 속도는 우리의 예상을 번번이 앞질렀고 지금은 외려 ‘역초격차’ 상황에 접어들며 가격 경쟁력의 비교 열위에 접어들었다. 하고 싶은 건 많지만, 할 수 있는 게 어디까지인지 먼저 점검해야 할 때다. 수십 년간 ‘세계 최초·최고’를 앞세운 연구 성과들이 쏟아졌지만, 그것이 산업 경쟁력으로 이어지지 않았음을 아프더라도 인정해야 한다. ‘기술에 투자하면 된다’는 말은 해법이 아니다. 만약 우리가 여기서 더 추락한다면, 그것은 기술 문제를 끝내 직시하지 못했다는 가장 값비싼 고백이 될 것이다.

실패 인정하고 특단의 조치 취해야

먼저 실패를 인정해야 한다. 리튬인산철(LFP) 및 차세대 LFP뿐 아니라 소듐이온 이차전지에서도 밀렸고 비대칭 전력 기술 부재 등을 직시하지 않아 그간의 모든 중장기 전략은 공허한 청사진에 그쳤다. 정부와 업계 모두 단기 미봉책인 지원이나 낙관적 전망의 반복이 아니라, 지금 이 침체기에 기술 경쟁력의 씨앗을 지켜내는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나 기댈 데가 없다.

그럼에도, 이차전지 산업의 미래는 전기차와 함께 쓰인다는 걸 먼저 직시해야 한다. 전기차가 살아야 배터리가 살고, 배터리가 살아야 차세대 전기차에 우리도 진입한다. 이차전지 국가 점유율 두 자리가 무너지는 날이 오기 전에 우린 특단의 조처를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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