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에 ‘물 먹는 시간’이 생겼다. 전·후반 중간에 각각 3분씩 경기를 멈추는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Hydration break)’가 모든 경기에 적용되면서, 12일(이하 한국시간) 열리는 한국과 체코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도 이전 월드컵과 다른 흐름이 펼쳐질 전망이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말 그대로 선수들이 수분을 보충하는 시간을 뜻한다. 이번 대회에서는 전반과 후반 중간, 대략 각 하프 22분 무렵 경기가 멈추고 선수들에게 약 3분간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를 시간이 주어진다. 기존 월드컵이 전·후반 45분의 흐름으로 진행됐다면, 이번 대회는 사실상 전반 전반부·전반 후반부·후반 전반부·후반 후반부처럼 네 구간으로 나뉘는 셈이다.
가장 큰 명분은 선수 보호다. 이번 월드컵은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에서 6~7월 열리고, 개최 도시별 기온과 습도, 고도 차이가 크다. 일부 지역은 무더위와 강한 햇볕이 예상되고, 멕시코 일부 경기장은 고지대에 있어 선수들의 체력 소모가 더 클 수 있다. 이에 따라 FIFA는 날씨나 경기장 지붕 여부와 관계없이 모든 경기에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를 적용하기로 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대표팀의 첫 경기인 체코전에서도 이 제도는 바로 적용된다. 한국은 이날 오전 11시 멕시코 할리스코주 사포판의 과달라하라 스타디움에서 체코와 조별리그 A조 1차전을 치른다. 경기 시간은 현지 기준 저녁이지만, 과달라하라가 해발 약 1600m의 고지대라는 점에서 호흡과 체력 관리가 주요 변수로 꼽힌다.

박문성 축구 해설위원은 이날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서 과달라하라에 대해 “우리로 얘기하면 설악산 꼭대기에다가 경기장 지어놓고 뛴다고 생각하시면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지대에서는 “선수들이 피로에 대한 부분이라든지 호흡에 대한 부분이라든지 이런 게 좀 다르다”며 공도 “더 멀리, 빠르게 날아간다”고 짚었다.
이런 환경에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한국 선수들에게 중요한 숨 고르기 시간이 될 수 있다. 손흥민, 이강인, 황희찬 등 공격진은 빠른 전환과 침투를 반복해야 하고, 김민재를 중심으로 한 수비진은 장신 선수가 많은 체코의 크로스와 세트피스를 막아야 한다. 전·후반 중간에 주어지는 3분은 단순히 물을 마시는 시간이 아니라, 체력 회복과 수비 위치 조정, 세트피스 대응을 다시 확인하는 시간이 될 수 있다.
감독의 역할도 커진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동안 선수들은 벤치 쪽으로 모여 지시를 들을 수 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이를 두고 “쉬는 동안이 마치 작전 타임처럼 쓸 수 있는 것”이라며 이번 대회에서는 감독이 경기 중 개입할 수 있는 여지가 커졌다고 분석했다.
체코전의 관전 포인트도 여기에 있다. 체코는 평균 신장이 큰 팀으로, 수비적으로 버티다가 코너킥이나 프리킥 같은 세트피스에서 높이를 활용하는 경기를 펼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경기를 주도하더라도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 이후 흐름이 끊기거나, 반대로 벤치 지시를 통해 공격 방향을 바꾸는 장면이 나올 수 있다.
기존에도 축구 경기에서 물을 마시는 시간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에는 기온과 습도 등 특정 조건이 충족될 때 심판 판단에 따라 쿨링 브레이크가 운영되는 방식에 가까웠다. 이번 월드컵은 조건부가 아니라 모든 경기에서 전·후반 한 차례씩 들어간다는 점이 다르다.
상업화 논란도 따라붙는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선수 보호를 위한 장치라는 설명과 별개로, 이 시간이 방송 광고 시간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